육정 육사(六正六邪): 6가지 바른 것과 사악한 것

사마공(司馬公)의 간원제명기(諫院題名記)*는 읽고 경각심을 일으킬 만하다 하겠다. 그러나 ☞고려 김심언(金審言)의 말이 더욱 절당(切當, 사리에 꼭 들어맞음)한 것만은 못하다. 심언(審言)은 성종(成宗) 9년(990)에 《설원(說苑)》에 있는 육정(六正)ㆍ육사(六邪)라는 말을 인증하여 이경(二京)과 육관(六官)의 모든 기관, 또 12도(道)의 주현(州縣)의 각 관청 벽에다 그 글을 써서 붙이고 출입할 때마다 보고 반성하도록 하였다.


육정(六正)이란 무엇이냐 하면,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혼자서 흥망의 기미를 미리 알아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고귀한 자리에서 편히 앉아 있도록 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성신(聖臣)이요, 


마음을 텅 비우고 뜻을 미리 정해서 착한 도리로 진언하여 임금에게 예의를 힘쓰도록 하고 장구한 계책으로 깨우쳐서 그 중 아름다운 것은 순응하고 나쁜점은 바로잡아야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양신(良臣)이요, 


일찍 일어나고 밤에 잠자야 하며 어진 이를 진출시키는 데에 게을리하지 말고 옛날에 좋게 행해진 일을 자주 칭찬하여 임금의 뜻을 격려시켜야 하니, 이렇게 하는 자는 충신(忠臣)이요, 


일에 대해 성패를 밝게 살펴서 예방하고 구제하여 화를 바꾸어 복으로 만들고 임금으로 하여금 끝내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하니, 이렇게 하는 자는 지신(智臣)이요, 


조업(祖業)은 잇고 법은 받들고 맡은 관직을 착실히 하여 녹과 하사(下賜)하는 것은 사양하고, 마시고 먹는 것은 절약하고 검소하게 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정신(貞臣)이요, 


국가가 혼란에 빠질수록 아첨하지 말고 용감하게 임금의 얼굴을 직접 대해서 임금의 잘못을 간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직신(直臣)인 것이다.


또 육사(六邪)는 무엇이냐 하면, 벼슬자리나 좋아하고 봉록만 탐내며 공사에는 힘쓰지 않고 시세에 따라 부침(浮沈)하면서 늘 좌우를 관망하기만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구신(具臣)이요, 


임금이 하는 말은 모두 착하다고 하고 임금이 하는 일은 모두 좋다고 하며 남모르게 임금이 좋아하는 것을 구해다 바치면서 임금의 이목을 쾌하게 만든 다음에 구차한 모습으로 임금과 함께 즐기면서 뒤로 닥치는 화를 돌아보지 않으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유신(諛臣)이요, 


속마음은 실상 어둡고 간사하면서도 겉 모습은 조금 부지런한 듯하며 말과 얼굴빛은 예쁘고 좋게 하면서도 착한 자와 어진 이를 투기하고 미워하고, 또 누구를 진출시키려면 그의 착한 점만 밝히고 그의 나쁜 점은 숨기며, 또 남을 물리치려면 그의 과실만 밝히고 그의 아름다운 점은 숨겨서 임금으로 하여금 상벌을 부당하게 하고 호령도 시행되지 못하도록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간신(姦臣)이요, 


지혜는 족히 잘못도 꾸며낼 수 있고 말은 족히 기쁨을 자아낼 수도 있어서 안으로는 골육지친(骨肉之親)을 이간붙이고 밖으로는 조정의 혼란을 일으키니, 이렇게 하는 자는 참신(讒臣)이요, 


권위와 세도를 오로지 제멋대로 함으로써 경중(輕重)을 삼고 사사로 붕당(朋黨)을 만드는 것으로써 호부한 가정을 이룩한 다음에 임금의 명령도 무시하고 스스로 귀한 척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적신(賊臣)이요, 


간사한 말로 임금에게 아첨하여 임금을 불의(不義)에 빠지도록 하고 당쟁(黨爭)에 쏠려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며 검고 흰 것의 구별이 없고 옳고 그름도 간격이 없어서 임금의 잘못을 경내(境內)에 퍼지게 하고 저 이웃 나라에까지 들리도록 하니, 이렇게 하는 자는 나라를 망치는 망국지신(亡國之臣)인 것이다.


이 열 두 가지 조항은 임금이 된 자로서는 마땅히 어좌(御座)에 써서 붙여 여러 신하와 함께 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개 신하가 된 자도 정(正)과 사(邪)라는 두 길이 있는데, 정도 이 여섯 가지에 벗어나지 않고, 사도 역시 이 여섯 가지에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비유해 말하면 이는 열탕(熱湯)이 아니면 곧 냉수(冷水)인 격이다.


간사함이 없는 그 중간 입장에서 공정하게 사람으로 하여금 일일이 그들의 신분을 빠짐없이 조사하여 이 열 두 가지 제목에 각각 맞는 대로 분배시키면, 그 육정이란 과목에 해당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그 육사 중의 하나를 각각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찌 두려워 스스로 반성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뭇 폐단을 일소하는 한 비결이다.


[역자주] 

1.육정 육사(六正六邪) : 여섯 가지 바름과 여섯 가지 사특함. 《類選》 卷三下 人事篇 君臣門下.

2. 이경(二京) 육관(六官)이경(二京)은 경주(慶州)와 평양(平壤). 육관(六官)은 육부(六部)인 이부(吏部)ㆍ호부(戶部)ㆍ예부(禮部)ㆍ병부(兵部)ㆍ형부(刑部)ㆍ공부(工部).


 -이익(李瀷, 1681~1763), '육정 육사(六正六邪)', 성호사설(星湖僿說)제20권/경사문(經史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역) ┃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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