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七克): 욕심이 곧 악은 아니다

《칠극》*은 서양(西洋) 사람 방적아(龐迪我)의 저술로 곧 우리 유교(儒敎)의 극기(克己)*의 논설과 같다. 그 말에 “인생(人生)의 백 가지 일은 악(惡)을 사르고 선(善)을 쌓는 두 가지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므로, 성현의 훈계는 모두 악을 사르고 선을 쌓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무릇 악이 욕심에서 생겨나기는 하나 욕심이 곧 악은 아니다. 이 몸을 보호하고 영신(靈神)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욕인데, 사람이 오직 사욕에만 빠지므로 비로소 허물이 생겨나고 여러 가지 악이 뿌리박는 것이다. 


이 악의 뿌리가 마음속에 도사려, 부(富)하고자 하고, 귀하고자 하며, 일락(逸樂)하고자 하는 이 세 가지의 큰 줄기가 밖에 나타나고 줄기에서 또 가지가 생겨, 부하고자 하면 탐심(貪心)이 생기고, 귀하고자 하면 오만(傲慢)이 생기며, 일락하고자 하면 탐욕(貪慾)과 음탕(淫蕩)과 태만이 생기고, 혹 부귀와 일락이 나보다 나은 자가 있으면 곧 질투심이 생기고, 내것을 탈취당하면 곧 분심(忿心)이 생기는 것이 바로 칠지(七枝)인 것이다. 


탐심이 돌과 같이 굳거든 은혜로써 풀고, 오만함이 사자(獅子)와 같이 사납거든 겸손으로써 억제하며, 탐욕이 구렁[壑]과 같이 크거든 절제(節制)로써 막고, 음심(淫心)이 물과 같이 넘치거든 정절(貞節)로써 제지(制止)하며, 게으름이 지친 말과 같거든 부지런함으로써 채찍질하고, 질투심이 파도와 같이 일어나거든 너그러움으로써 평정시키고, 분심이 불과 같이 일어나거든 참는 것으로써 지식(止熄, 멈추게 하는 것)시킬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칠지 가운데에는 다시 절목(節目, 세부조항)이 많고 조관(條款, 세부규정)이 순서가 있으며 비유하는 것이 절실하여 간혹 우리 유교에서 밝히지 못하였던 것도 있으니, 그 극기복례(克己復禮)의 공정(功程, 일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과 진척상황)에 도움이 크다고 하겠으나, 다만 천주(天主)와 마귀의 논설이 섞여 있는 것만이 해괴할 따름이니, 만약 그 잡설을 제거하고 명론(名論)만을 채택한다면, 바로 유가자류(儒家者流)*라고 하겠다.


-이익(李瀷, 1681~1763), '칠극(七克)',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1권/  인사문(人事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정지상 (역) | 1978 


※[옮긴이 주] 

1. 칠극(七克) : 명(明)시대에 예수회 선교사인 방적아(龐迪我,1571~1618 Diego de Pantoja)가 저술한 일곱 권의 책이다.  카톨릭(천주교)에서 말하는 7대 죄악의 근원, 즉 칠죄종(七罪宗)과 그 극복의 방법을 논하였다. 죄종(죄의근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죄악들이 다른 죄들과 악습들을 낳기 때문이다. 즉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지은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까닭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오랜 관찰과 탐구로부터 나왔다. 죄종이 되는 일곱가지 죄악은 교만(伏傲복오), 인색(塞饕색도), 질투(平妬평투), 분노(熄忿식분), 음욕(坊淫방음), 탐욕(解貪해탐), 나태(策怠책태)이다.(카톨릭대사전)

2.유교(儒敎)의 극기(克己): 논어(論語) 안연편(顔淵)에 나오는 '극기복례 위인'(克己復禮爲仁).즉 '자기를 극복하여 예로 돌아가는 것이 곧 인이다'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己)란, 율곡 이이의 해설에 따르면, '일신을 위하고자 하는 사사로운 욕구(一身之私欲), 즉 일신의 사사로운 욕구를 충족하고자하는 본능적 욕망'를 뜻한다. 사전을 찾아 보면 '극기(克己)'란,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충동 따위를 이성적 의지로 눌러 이김'이라 정의되어 있다.(네이버 사전). 카톨릭에서도 자신을 극복한다는 것(克己)은 곧 '사욕편정(邪慾偏情)을 자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에는 육신의 괴로움이 따르기도 하므로 고신극기(苦身克己)라고도 하였다(카톨릭대사전). 이처럼 극기에 대한 가르침은 동양 서양 모두 인간이 처하고 있는 공통적 상황을 논한 것으로 그 맥락과 인식을 공히 같이 한다고 하겠다.

3.유가자류(儒家者流): 공자와 맹자의 사상과 철학을 원조로 하는 학문을 따르는 것, 즉 유학의 사상과 철학을 총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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