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知己): 자기를 알아주는 참된 벗

예나 지금이나 친구를 말할 때에는 반드시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를 앞세운다. 무릇 친밀하게 사귀기를 아교(阿膠)와 칠(漆)같이 하는 자가 어느 세대인들 없겠는가만, 권세와 명리(名利)로써 사귀는 자가 더 많다.


그러므로, “삼대(三代) 이전에 친구를 논하는 이는 대부와 귀척들 사이에서 취하고, 삼대 이후에 친구를 논하는 이는 산림 초택(山林草澤)에 있는 선비와 농부ㆍ공장이ㆍ장사군 사이에서 구한다.” 는 말이 있다. 이는 성군의 세대에는 어질고 덕 있는 이가 반드시 높은 벼슬에 있고 말세에는 그와 정반대가 되는 때문이다.


관중이 처음에 포숙아와 함께 상업에 종사하여, 이익금을 분배할 때 이익을 많이 취했으나 포숙아가 탐욕이 있다 하지 않았고, 일을 도모하다 실패했으나 또한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으며, 세 번을 벼슬에 나아갔다가 세 번 쫓겨났으나 역시 불초하다고 하지 않았으니, 아 ! 이같은 후에야 바야흐로 지기(知己)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도 어렵거던 하물며 세 번에 있어서랴?


마침내, 혐의와 포로[俘虜]에 처해 있는 그를 임금에게 천거하여, 그 지혜와 재능을 펼쳐 공훈이 천하에 가득하게 하여 이름을 후세에 전하도록 했으니, 전일에 만약 포숙아가 그를 깊이 믿어 주지 않았던들 그는 한낱 탐내고 어리석고 불초한 존재로서 머리가 절단되고 창자가 터져 죽을 필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가, “제(齊) 나라에서는 관중을 버리고 포숙아를 취한다.” 함이 어찌 옳지 않겠는가?


후세 사람들은 한 번 실수했다 하면 곧 틈이 생겨 친구의 의를 끊고 혹은 죽이는 데까지 이르는 자도 있으니, 또한 무슨 마음이던가? 그 중에는 재주와 지혜를 품었으나, 불리한 시운을 만나 세궁역진(勢窮力盡, 곤궁한 처지에 빠져서 기세가 꺾이고 힘이 다 빠져 꼼짝할 수 없게 된 상태)한 채 바보와 같은 취급을 받고 마는 이도 7~8할은 될 것이다. 


세상의 장상(將相)과 위인 달사들은 의젓이 높은 데 올라 관망하고 순풍(順風)에 의지하여 외쳐대면서, 그 행운을 잡았다고 우쭐거리니 슬프도다! 


-이익(李瀷, 1681~1763), '지기(知己)',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5권/  인사문(人事門)』-


*[옮긴이 주] 지기(知己): 지기(知己)의 사전적 의미는, "(남남끼리) 자기(自己)의 속마음을 지극(至極)하고 참되게 알아 줌(네이버사전)" 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차원을 넘어서 존재 그자체를 진정과 진심으로 인정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한 인간관계의 핵심이라할 수 있다. 옛 고사에서 춘추 시대 제(齊) 나라의 대부인 관중과 포숙아, 거문고의 명인이었던 백아(伯牙)와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사기 자객열전의 예양편에 "장부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인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다듬는다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女爲悅己者容여위열기자용 )"라는 글도 보인다.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정지상 (역) ┃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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