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묵당기(醉默堂記): 망령된 말을 경계하다
무릇 세상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어도 침묵하지 않고 깨어 있어도 침묵하지 않는다. 이렇듯 말 때문에 재앙에 빠지는 조짐을 경계할 줄 모르니,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실로 취해있어도 입을 다물어 침묵하고 깨어 있어도 침묵하여 입을 다물어, 마치 병의 마개를 막듯이 하여 일상의 습관으로 삼으면 반드시 재앙의 조짐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취해 있어도 침묵하지 않고 깨어나서도 침묵하지 않으면 재앙이 더불어 발생할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만약에 취중에 침묵하지 못하고 술이 깬 다음에도 침묵하지 못한다면, 비록 몸이 재야에 은둔하더라도 도성(都城) 안에 거처하면서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과 그 결과가 똑 같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구당(久堂) 박중구(朴仲久)가 임인년 여름에 네 번이나 편지를 보내어 침묵하지 못한다고 경계하였는데, 나는 그의 말을 믿고 당(堂)의 이름을 취묵(醉默)이라고 내 걸었으니 무릇 취하더라도 침묵해야 한다는 뜻을 잊지 않고자 함이다.
만약 능히 취하여서도 침묵하고 깨어 있어서도 입을 다물어 망령된 말을 하지않아 몸이 재앙을 면할 수 있다면, 이는 중구가 나에게 준 것이니, 어찌 그가 나를 경계한 뜻을 저버리겠는가? 계묘년 2월 30일 취묵당의 늙은 주인이 벽에 표제하여 스스로 경계하다.
-김득신(金得臣, 1604~1684), '취묵당기(醉默堂記)', 백곡집(柏谷集)-
▲번역글 출처: 『백곡 김득신 산문 선역(柏谷 金得臣 散文 選譯)』(박황희 논문, 고려대 2015)
"당신이 누군가의 인격을 시험해 보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갖게 하여 보라...작은 거짓말쟁이는 한 사람을 속인다. 중간 거짓말쟁이는 많은 사람을 속인다. 큰 거짓말쟁이는 나라를 속인다. 그러나 세월을 속일 수는 없다."(에이브러햄 링컨, '위키인용집')
'고전산문 > 백곡 김득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이전의 해석 (伯夷傳解) (0) | 2017.12.25 |
---|---|
독수기(讀數記): 백이전을 11만번 읽다 (0) | 2017.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