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바보를 파는 아이(賣癡獃)
거리에서 아이들이 외치고 다니면서 팔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다고 한다. 무엇을 팔려느냐 물어보았다. "끈덕지게 붙어 다녀 괴롭기만한 바보를 팔겠다"고 한다.
늙은이가 말하기를, "내가 사련다. 그 값도 당장에 치뤄 줌세. 인생살이에 지혜는 내 그리 바라지 않는다. 지혜란 원래 시름만 안길 뿐이다. 온갖 걱정거리 만들어 내 평정심을 깨뜨리고, 온갖 재주 다 부려 약삭빠른 이해타산에나 쓰일 따름이다. 예로부터 꾀주머니로 소문난 이들의 처세는 어찌 그리도 야박하고 구차했던가.
환하게 빛나는 기름 등불을 보라. 자신을 태워 스스로 없애지 않는가. 짐승도 그럴 듯한 문채가 있으면 끝내 덫에 걸려 죽고야 만다. 그러니 지혜란 없는 게 낫다. 더우기 바보가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네게서 바보를 사련다. 그대신에 나의 교활한 꾀 네게 건네 주마. 눈 밝지 않아도 볼 것은 다 본다. 귀 밝지 않아도 들을 것은 다 듣는다. 아! 다가 올 새해는 크게 복되겠다. 점쳐 보지 않아도 그냥 알겠다."(원문생략)
-장유(張維, 1587~1638), '바보를 파는 아이(賣癡獃)',『계곡집(谿谷集)/계곡선생집 제25권 / 오언 고시(五言古詩) 162수』-
※참조: 오언고시(五言古詩)를 산문 형태로 정리하고 일부 나름으로 의역하였다. 번역글의 출처는 한국고전번역원(이상현 (역) 1996)을 대부분 참조하고 표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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