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간세상

세상 사람들은 항상 옛날과 지금의 풍속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풍속도 옛날 풍속과 같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오랑캐들이 중국을 어지럽히며, 도적들이 안팎으로 간악한 짓을 한다.”하였는데, 후세의 화란(禍亂, 재앙과 난리)도 이 두 가지에서 연유하였다. 


《서경》 주서(周書) 태서(泰誓)에는, “집집마다 붕당(朋黨, 이해관계와 뜻을 같이하는 무리)을 지어 원수가 되고 권세를 끼고서 서로 위협하고 죽인다.” 하였는데, 후세에 다투어 빼앗는 것도 이와 같을 뿐이다.


또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에는, “일명(一命)을 받고 사(士, 양반, 선비)가 되어 등뼈가 꼿꼿해지고, 재명(再命)을 받고 대부(大夫, 관료)가 되어 수레 위에서 춤을 추고, 삼명(三命)을 받고 경(卿, 고위관리)이 되어 백숙부(伯叔父, 큰아버지)의 이름도 함부로 부른다.” 하였는데, 후세에 신분이 귀해져 교만 떠는 자들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장자(莊子)의 시대를 보면 어찌 참으로 상고 시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虞)나라와 주(周)나라 시대는 더더욱 말할 것이 없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청성잡기(靑城雜記) 제3권/ 성언(醒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윤미숙 김용기 (공역) ┃ 2006


[역자 주]성언(醒言) : 사람을 깨우치는 말이란 뜻으로, 총 3권에 인물평 및 일화, 사론(史論), 필기(筆記), 한문단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역사는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 번은 비극의 형태로, 다음에는 우스꽝스러운 희극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상이한 형태의 비극들로 계속 반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몇몇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들이 있으며, 그것에 비추어 볼 때 역사학은 수사학적 의미가 아닌 지극히 과학적인 의미에서 여전히 '삶의 스승'이다.": -움베르토 에코(미네르바 성냥갑/ 열린책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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