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관계들의 차이

공자가 자상호(子桑雽)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노(魯)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으며 송(宋)나라에서는 환퇴(桓魋)가 나무를 베어 죽이려 한 위험을 당했고, 위(衛)나라에서는 발자취까지 삭제되었고, 상(商)나라의 옛터나 주(周)나라의 서울에서 궁지에 빠졌으며, 진(陳)나라 채(蔡)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되었습니다. 내가 이처럼 여러 차례의 환난을 당해 친교가 더욱 소원(疏遠, 거리가 있어 서먹서먹함)해지고 문도와 학우들이 더욱 흩어지게 되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인지요.”


자상호(子桑雽)가 말했다. “당신도 가(假)나라 사람이 도망친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겠지요. 임회(林回)라는 사람이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쳤는데, 어떤 사람이 묻기를, '돈이 나가는 물건이라 여겨서 그리한 것이라면 갓난아기는 돈이 얼마 되지 않으며, 거추장스러워서 그리한 것이라면 오히려 갓난아기의 거추장스러움이 더 심한데,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친 까닭은 어째서인가.’ 하고 묻자, 임회가 대답하기를 ‘저 구슬은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이고, 이 아기는 하늘이 붙여준 관계이다.’고 했습니다.


무릇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는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버리게 되는데, 하늘이 맺어준 관계는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거두어주니, 서로 거두어줌과 서로 버리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군자의 사귐은 맑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습니다. 군자는 맑음으로 친밀함을 이어가고 소인은 단 것으로 관계를 끊게 되니 저 소인들처럼 까닭 없이 모인 자들은 까닭 없이 흩어지게 됩니다.”


공자가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하고는 천천히 걸어 자유로이 방황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그 뒤로는 학문을 끊고 책을 버렸다. 제자들도 공자 앞에서 읍(挹, 예를 갖추어 인사하며 공경히 받듬)하는 일이 없어졌으나 공자에 대한 마음속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다른 날 자상호(子桑雽)가 또 이렇게 말했다. “순(舜)임금이 죽을 때 우(禹)에게 신중히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는 경계하도록 하라. 형체(바탕이 되는 몸체, 겉모양새)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고, 감정(感情)은 천진(天眞, 자연 그대로의 참됨)에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으니, 자연을 따르게 되면 괴리(乖離, 서로 등지고 동떨어진 상태)되지 않고, 천진에 맡기면 수고롭지 않게 된다(形莫若緣 情莫若率)


괴리되지도 않고 수고롭지도 않으면 문식(그럴듯하게 꾸밈)으로 몸뚱이를 꾸미려 하지 않을 것이니, 문식으로 몸뚱이를 꾸미려 하지 않으면 당연히 외물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였다.”


※[역주]

1. 자연에 따르고 천진에 맡긴다 : 형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고 감정은 천진에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음. 유봉포(劉鳳苞)는 “연(緣)은 따름이니 자연을 따름이다. 솔(率)은 맡김이니 천진(天眞)에 맡김이다(緣 因也 因其自然也 率 任也 任其天眞也).”라고 풀이했다.


-장자(莊子), 산목(山木)-


▲번역글출처:전통문화연구회/동양고전종합DB

"양지(良知)란 곧 스스로 앎을 말한다...자기가 아프고 가려운 것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이미 나타난 선과 악을 구별하여 아는 것이 양지(良知)이며,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여 마음의 본체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격물(格物)이다." -왕양명(王陽明, 왕수인(王守仁), 1472~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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