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사람을 해치는 덕(德)

마음에 덕(德)을 염두에 두고 그 마음이 속눈썹 움직이듯 하는 것이 가장 심하게 덕(德)을 해치는 것이다. 그 마음이 속눈썹이 움직이는 것처럼 염두에 둔 것만 보게 되고, 염두에 둔 것만 보게 되면 도리에 어긋난 결과에 이를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해치는 (德)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중덕(中德)이 가장 나쁘다. 무엇을 일러 중덕(中德)이라 하는가? 중덕(中德)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 가운데 두고서 그 기준에 들지 않는 것은 모두 그르다고 비방하는 것을 말한다.(이하생략)


장자(莊子)의 죽음이 임박해 오자, 제자들이 장사를 성대히 지내려고 했다. 이를 보고 장자가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과 관 뚜껑으로 삼고,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 장식으로 삼고, 별자리들을 진주와 옥 장식으로 삼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으려 하니, 장례 용품은 다 갖추어진 것이 아니냐? 그런데 여기에 더 무엇을 보태려 하느냐?” 


제자들이 말했다.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뜯어먹을까 두렵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위쪽에 놓아두면 까마귀와 솔개가 먹을 것이고, 아래쪽에 묻으면 개미들이 먹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먹는다고 그것을 빼앗아 저것들에게 먹으라고 주는 셈이 아닌가. 어찌 그리 편벽되게 생각을 하느냐?”


공평하지 못한 척도를 가지고 공평하게 하려고 한다면 공평한 것조차도 공평하지 못하게 된다. 검증하지 못하는 것을 가지고 사물을 명백하게 검증하려 한다면, 바르게 밝힐 수 있는 것 조차도 제대로 밝힐 수 없게 된다.


명철한 사람이란 오직 범사를 따라 순응하는 사람이라 한다면, 신령스러운 사람이란 범사를 밝혀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명철한 것이 신령스러운 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이 본 것에 의지해 인위적인 일에 빠져들어 간다. 그들의 공로란 모두 외부적인 것들이니 또한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장자(莊子) 잡편(雜篇) 제32편 열어구(列禦寇) 중에서 부분 발췌- 


※옮긴이 주: 사람을 해치는 (德) 다섯가지에 대해서 짧은 머리로는 장자 전반에 걸쳐서 아무리 찾아봐도 구체적으로 설명된 글이 없다. 다만, 장자가 강조하는 참된 덕 다섯 가지가 확인된다. 바로 도(道)・변(辯)・인(仁)・렴(廉)・용(勇) 이 다섯가지다. 이를 요약하면, 참된 도(道)는 이름할 수 없고 참된 변론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참된 인(仁 사랑)은 무언가를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참된 청렴(廉)은 겸손함에 있지 않고 그것을 의식하거나 내세우지 않으며 사사로운 욕망이 없다. 참된 용기(勇)는 남을 거역하여 이기고자 하거나 해치지 않는다. 이로 미루어 헤아려 보건대 사람을 해치는 덕(德) 다섯가지는 참된 (德) 다섯가지 가운데 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 참된 덕(德)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그것을  의식하거나 주장하고 내세우지 않으며 더우기 자기입장에서 외물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지도 않는다. 즉, 명목상 덕(德)이지만 참된 덕(德)과 배치되는 것으로, 덕을 의식하거나 내세우는데에 있다고 하겠다. 장자는 그것을 사람을 해치는 덕으로, 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 가운데 두고서 그 기준에 들지 않는 것은 모두 그르다고 비방하는 것" 을 말하는 중덕(中德)이 가장 나쁜 것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나름 헤아려 볼 수 있겠다. ※사족: 참고로, 윗글은 최근 연암선생의 글을 읽다가 인용한 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찾아 본 글이다. 장자 해석은 전문 학자로부터 일반인에게까지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음을 본다. 자구 한자 한자에 그 해석이 각기 다르고 분분한 이유는 함축적이며 특히 우언형식의 글들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때문에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또는 뜬구름을 잡는다거나 혹은 자기 결론에 미리 맞추어 갖다붙이는 곡학이나 왜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다. 이런 부분은 소위 권위자, 전문가라는 이들의 저서를 봐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마찬가지라는 말의 의미는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선듯 수긍되거나 이해하기가 힘든 해설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요한 것은 해석된 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본 글에 있고 글 전체의 맥락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여튼 비록 한자사전과 주석에 온전히 의지하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나 옮긴 부분은 여러 주해들을 참고하고 나름 정리되는 생각에 맞춰 어설프지만 의역한 것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욕망보다 예술에 더 사악한 효과를 미치는 것도 없다. " -필립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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