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세상 만물은 인간의 지혜로 그 크기와 량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황하의 신이 말했다. “하늘과 땅을 크다고 하고, 털끝은 작다고 할 수도 있습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아니다. 사물이란 양이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각자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며,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똑같이 본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 무시하지 않고, 큰 것이라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사물의 양이란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과 현재를 분명히 알고 있기때문에 오래 산다 해도 교만하지 않고, 생명이 짧다 해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것이 가득찼다가도 텅비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사물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사물을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사람의 분수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道)란 넓고도 평등하다는 것임을 분명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산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죽는다고 해서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일이란 처음과 끝이 서로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헤아려 보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또한 살아 있는 시간이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렇듯 지극히 작은 입장에서 지극히 큰 영역을 추궁하려 들기 때문에 미혹되고 혼란하여 스스로 만족하지도 안정되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털끝이 지극히 미세하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는가? 하늘과 땅이 지극히 큰 영역이라고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장자(莊子) 외편(外編),秋水篇(추수편)부분 발췌 - 

▲원글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개인적인 원만한 이해를 위해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라와 있는 여러 번역글들과 원문을 비교 참고하여, 부분적으로 맥락에 맞게 일부분을 다듬고, 약간 고쳤다. 맥락을 같이하는 전체 글이 꽤 길다. 물론 하백이 질문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각 단락을 끊어 읽어도 독자적인 주제가 가능하다. 옮기는 김에 그냥 맥락이 연결되는 부분 전체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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