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안다고 하는 것이 모른다는 것일수도 있다.

설결(齧缺)이 왕예(王倪)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모든 존재가 다 옳다고 인정되는 것에 대해서 아십니까?(만물이 각기 제나름대로 옳은 바가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선생께서는 선생이 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그렇다면 모든 존재에 대해 앎이 없습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시험삼아 말해보겠다. 내가 이른바 안다고 하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으며, 내가 이른바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는가?”


“또 내가 시험삼아 너에게 물어보겠다.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병이 생기고 반신불수가 되는데, 미꾸라지도 그러한가? 사람은 나무 꼭대기에 머물면 벌벌 떨며 두려워하게 되는데, 원숭이도 그러한가? 이 세 가지 중에서 누가 올바른 거처를 아는가? 


사람은 소와 양, 개와 돼지를 먹고, 사슴은 풀을 뜯어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소리개와 까마귀는 쥐를 즐겨 먹는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누가 올바른 맛을 아는가? 


암컷원숭이를 수컷원숭이가 자신의 짝으로 여기고, 사슴은 사슴 종류와 교미하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함께 헤엄치며 노닌다. 모장(毛嬙)과 여희(麗姬)를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물 속으로 깊이 도망하고, 새는 그들을 보면 하늘로 높이 날아가고, 사슴은 그들을 보면 힘껏 달아난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누가 천하의 올바른 아름다움을 아는가? 


내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인의(仁義)의 단서(端緖)와 시비(是非)의 길이 복잡하게 얽혀서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그러니 내가 어찌 그 구별을 알 수 있겠는가.”(이하생략)


-장자(莊子), 第2篇 제물론(齊物論) 第3章-


▲원글출처:전통문화연구회/ 동양고전종합DB(http://db.cyberseod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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