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문장짓는 법

어떤 사람이 문장을 짓는 법에 대해서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꼭 말해야 할 것만 꼭 말하고, 꼭 써야 할 용례(用例)만 꼭 쓰도록 하라. 그러면 된다.” 하였다. 


그다음에 대해서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말하는 내용이 심원(深遠 쉽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한 것일 때에는 더러 비근(卑近 주위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알기 쉬운)한 내용으로 보충하고, 적용하는 용례가 현실과 거리가 있을 때에는 더러 정상적인 용례와 비슷하게 맞도록 하라.” 하였다. 


그다음에 대해서 또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꼭 말해야 할 내용이 아닌데도 말을 하거나 꼭 적용할 용례가 아닌데도 적용하려 한다면, 또한 황당하게 되지 않겠는가.” 하였다. 


무엇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느냐고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스승은 사람 속에 있지도 않고 서책 속에 있지도 않으니, 혼자서 터득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 터득해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야말로 요순(堯舜) 이래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하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서 그 사람이 감사를 드리면서 말하기를, “선생께서 전에 해 주신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이제 몸을 마치도록 그 말씀대로 행할까 합니다.” 하였다. 동자가 옆에 있다가 그 곡절을 묻기에, 이상의 내용을 기록하고는 답문(答問)이라고 하였다.


-이색(李穡, 1328~1396), '답문(答問)'『목은집(牧隱集)』목은문고 제12권/변(辨)-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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