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기뻐서 움직이고 움직여 기뻐하는 것은 그 끝이 흉하기 마련이다 / 이현일

“귀매괘(歸妹卦)는 소녀(少女)가 장남(長男)을 따르는 괘입니다. 여자가 남자를 따르는 것이 꼭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괘덕(卦德)으로 말해 보면 기뻐서 움직이고 움직여 기뻐하는 뜻이 있기 때문에 ‘가면 흉하다.(征凶 정흉)’라는 경계가 있는 것입니다. 



무릇 기뻐서 움직이고 움직여 기뻐하는 것은 부부로 말하자면 정욕(情欲)과 연안(宴安, 몸이 한가하고 마음이 편안하게 즐기는 것, 안일, 방탕의 뜻을 포함)의 사사로움이 있고 엄격하고 공경하며 장중하고 엄숙한 덕은 없는 것이며, 붕우로 말하자면 비위를 잘 맞추고 입에 발린 말만 잘 하는 해악이 있고, 정직하고 진실하고 간곡하게 권면해 주는 보탬은 없는 것이며, 군주와 신하로 말하자면 아부하고 영합하고 순종하여 따르는 태도만 있고 충심으로 곧은 말을 하여 바로잡아 주는 도움은 없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해 나간다면 어딜 가든 흉하지 않음이 없기 때문에 성인께서 ‘가면 흉하다.’라고 경계하신 것이니, 이것이 귀매괘의 뜻입니다.”


“괘체(卦體)가 장남(長男)이 위에 있고 소녀(少女)가 아래에 있어 처한 것이 제자리를 얻었으며 또 기뻐하여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반드시 경계로 삼은 것은 대개 엄숙하고 공경하고 두려워하고 조심함을 위주로 삼지 않고 정을 주고 사랑하고 친압(지나치게 친함)하고 무람(부끄럽거나 무안하여 삼가고 조심함)없이 구는 사심(私心)만 둔다면 반드시 음란하고 사악하고 버릇없고 태만하여 덕을 어그러뜨리고 몸을 상하게 하는 데 이르기 때문에 부부(夫婦)의 상(象)을 인하여 이런 뜻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유추하여 말해 보면, 붕우(朋友 ) 간에 정직하고 신실하고 책선(責善, 친구 사이에 선하고 옳은 일을 하도록 서로 권함)하는 것을 주로 하지 않고 전적으로 아첨하고 말을 잘 둘러대는 것만 일삼는다면 반드시 덕을 해치고 의를 해칠 것이며, 군신 간에 충심과 공경과 예모(禮貌, 예의와 예절을 지키는 것)로 대하지 않고 오직 기뻐하고 좋아하게 하는 데만 힘쓴다면 반드시 국가를 패망시키고 교화(교화(敎化,가르침과 아울러  솔선수범으로 이끌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를 손상시킬 것이니, 이를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이현일(李玄逸, 1627~1704), 『갈암집(葛庵集』/갈암집 제6권/  '경연강의(經筵講義)' 중에서 부분 발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강여진 (역) ┃ 2005


※옮긴이 주: 귀매괘(歸妹卦)는 위에는 움직임을 상징하는 뢰(雷 )가 있고, 아래에는 기쁨을 상징하는 택(澤 )이 서로 합쳐져 있는 형상이다. 택은 물이고 뢰는 불을 뜻한다고 한다. 서로 성질이 전혀 다르지만, 상상하자면 물에 불이 가해지면 뎁혀지고 끓어 오르게 마련이다. 남녀를 상상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 괘의 의미는 전통적으로 '기쁨으로써 움직이는 것'으로 주로 해석되는데,  그 동인(動因)과 위치가 올바르지 않은 것들이 서로 합일하는 까닭에 '가면 흉한 것'으로 귀결된다. 다른 해당 원문은, '귀매는 가면 흉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歸妹 征凶 无攸利)' 이다. 추가로 참조할 만한 직접적인 해석은 지산 조호익 선생의 역상설/ 귀매괘』그리고  ☞『근사록집해3-11』『근사록집해3-12』에 나온다. 갈암선생이 이해하는 논지와 그 맥락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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