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술집을 지키는 사나운 개와 사당의 쥐 (酒拘社鼠) / 한비자

송나라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사람이 정직하여 술의 양과 질을 속이지 않고 매사에 공정하고 정확하였다. 손님을 대할 때에도 매우 공손하여 술 맛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 자신이 파는 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깃발을 매우 높게 달아 사방에서 깃발이 뚜렷이 보였다. 그러나 오래도록 술이 팔리지 않았고, 결국 술이 식초처럼 쉬어버리고 말았다. 술집 주인은 그 이유를 괴상히 여겼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의 장로 양천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양촌은 이내 대답하기를, 엉뚱하게도 "너의 개가 사납다. "라고 하였다. 주인은 "아니 내가 키우는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안팔리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다시 물었다. 그러자 양촌은, "사람들이 무서워해서 그렇다.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으로 하여 호리병에 술을 사오게 하면, 자네 술집 문앞을 지키던 개가 달려와 아이를 물어버린다. 이러니 어찌 술이 팔리겠으며, 어찌 술이 쉬지 않겠는가? " 하였다. 


무릇 국가도 또한 이처럼 사나운 개와 같은 존재들이 있다. 다스리는 도리와 이치를 아는 덕과 재능이 있는 선비가 만승의 군주를 찾아가 밝게 하고자 하지만, 나라의 대신들이 모두 사나운 개가 되어 으르렁거리며 그들을 물어 뜯고자 한다. 군주의 이목이 가리고 나라의 실정을 어둡게 만들고, 다스림의 도리를 제대로 아는 바른 선비가 나라에 중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림에 저해되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인가?" 관중은 대답하기를, "가장 크게 저해되는 걱정거리는 사직의 쥐입니다." 하였다. 환공은, "어째서 사직의 쥐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단정하는가?" 하고 되물었다. 관중은, "군주님께서는 사당을 세우는 것을 보신 적 이 있으실 겁니다. 나무를 세우고 흙을 바르고 칠을 하여 사당을 세웁니다. 거기에 쥐들이 그 사이를 뚫어 구멍을 파고 그 안에서 의탁하여 살아갑니다. 쥐를 없애려 구멍을 불 태우자니 사당의 나무가 타버릴까 두렵고, 물을 흘려 보내자니 사당의 칠이 벗겨질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알면서도 그냥 그대로 방치하고 맙니다. 이것이 사직에 숨어있는 쥐를 잡지 못하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지금 군주의 측근들은 밖으로 나가서는 권세를 등에 업고 백성들을 착취하여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조정에 들어와서는 무리지어 자신들의 비행과 잘못된 것을 감추고 군주를 기만합니다. 안으로 군주의 실정을 엿보아 밖으로 알리고 안팎으로 권세를 키워 신하 백관들의 머리가 됨으로써 치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정과 불법에 죄를 물어 엄정한 형벌을 가하지 않으니 법이 어지러워지고, 그들을 형벌로 죽이자니 군주가 불안해합니다. 이때문에 그냥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사당의 쥐와 다를 바 없습니다.


또한 신하가 권력을 장악하여 법과 금령을 마음대로 하고,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자에겐 반드시 이롭게 해주고, 자신들을 위하여 일하지 않거나 자기 이익에 반하여 걸림돌이 되는 자들에겐 반드시 손해를 주고 배척합니다. 이것 또한 사나운 개와 다를 바 없습니다. 


무릇 대신이 사나운 개가 되어 다스림의 도리와 이치를 터득한 선비를 물어 뜯으며, 나라의 좌우 측근들이 모두 사당의 쥐가 되어 군주의 실정(失政)을 호시탐탐 엿보며,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군주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 이와 같다면, 군주의 판단력과 분별력이 어찌 가리워지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일설에 의하면, 송나라에 술가게를 하는 장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장씨가 파는 술은 술맛이 남달리  좋았다. 어떤 사람이 하인에게 장씨의 맛있는 술을 사러 보냈다. 하인은 장씨가 술집에서 키우는 개가 사람을 사납게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다른 술집의 술을 사가지고 갔다. 하인이 사온 술이 장씨네 술이 아니란 것을 안 주인이 하인에게 물었다.


“왜 장씨네 술을 사오지 않았느냐.” 머슴이 말했다. “오늘 장씨네 가게 술이 쉬었답니다.” 개를 죽이지 않는 한 장씨네 가게의 술은 마땅히 시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일설에 의하면, 제나라의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국가를 통치하는데 가장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가?” 관중이 대답하기를, “사당의 쥐(社鼠)입니다. 사당은 나무를 세우고 흙을 발라 벽을 만드는데, 쥐가 그곳에 구멍을 뚫고 보금자리삼아 살게 됩니다. 사당의 쥐를 잡고자 불을 지르자니 사당이 탈 것이요. 물을 붓자니 흙으로 된 벽이 무너질 겁니다. 이렇듯 사당의 쥐때문에 골치를 앓게 되는 것입니다. 사직도 이와 같습니다. 요즘 군주의 측근들은 궁정의 밖에서는 세도를 부려 백성의 고혈을 빨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치부합니다. 궁정 안에서는 한 패거리가 되어 사람을 업신여기며, 자신들의 불법과 비행을 숨기고, 군주를 기만합니다. 그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법령이 문란해질 것이며, 그들을 처벌하면 군주가 위태해집니다. 그래서 당연히 군주를 중심으로 측근들이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자들이 곧 사당의 쥐들과 같은 자들입니다.”


신하들은 정권을 장악하고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들을 위해서 일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이익을 얻게 하고, 자기들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반드시 손해가 가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술집의 사나운 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의 측근들이 사당의 쥐가 되고, 국정을 관리하는 대신이 사나운 개가 되면,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도리는 행해질 수가 없게 된다.


-한비자(韓非子) 제 34편 외저설 우상(外儲說 右上)-


▲번역글 참조한 곳: 옛글닷컴(http://www.yetgle.com/) 외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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