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설(過說 ): 허물과 과실은 남모르게 고치는 것

어떤 사람이 자기 허물을 뉘우치고 고칠 것을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선생에게 물으니, 선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좋구나. 질문이여! 사람이 허물이 있지 않은 자가 드물고, 허물이 있더라도 그것을 아는 자가 매우 드물며, 또 허물을 알아서 후회하는 자가 더욱 드물고, 후회해서 고칠 것을 생각하는 자는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대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허물을 고쳐서 사람들이 거의 하지 않는 경지에 나아가는 것을 도모하니, 그대의 과실은 고칠 것을 기다릴 것도 없이 고쳐 졌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비록 그러하지만 그대는 오히려 삼가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와 견해를 같이하지 않는 것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의 훌륭한 점을 이뤼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대가 옛날에 허물이 있을 때 헐뜯는 자가 참으로 많았으나, 오히려 그들도 그대와 같이 허물이 있었기 때문에 비방을 해도 심하게 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대가 허물을 고치려고 말하려는가? 그대는 깨끗하게 하여 스스로 결백한 모습을 하지 말 것이며, 스스로 고고하게 굴지 마라. 그대가 허물을 부끄러워하는 것을 말로 하지 말고, 그대가 선한 곳으로 나아가는 것을 안색에 나타내지 마라.

군자의 도는 남모르게 하지만 날로 빛나니, 말과 안색으로 하는 것을 귀하게 여길 것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빨을 갈아 그대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함정으로 밀어 넣으면서 “저 사람이 옛날에는 이런 말을 하고 이런 일을 하여 허물을 저지르더니, 지금 저렇게 고치는 것은 허위다”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되면 그대가 허물을 고치려는 것은 착수도 하지 못해 비난하는 자들이 장차 열 배로 모여들 것이다. 그대는 오히려 삼갈지어다. 그대가 나에게 물은 것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이었는데,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응답을 했으니, 나는 그대의 스승이 되기에 부족하다. 아! (송희준 역)

-이건창(李建昌, 1852~1898), '과설(過說)', 명미당집(明美堂集)卷十二/ 說 -

▲번역글 출처: 『조선의 마지막 문장-조선조 500년 글쓰기의 완성 이건창』(송희준 옮김/글항아리 2008)

※[옮긴이주]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 이 개념은 『논어』「헌문(憲問)」에 "옛날의 학자는 자기를 위해 공부했으나, 오늘날의 학자는 남을 염두에 두고 학문한다"라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것은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이기주의와는 엄격히 구별되며, 따라서 자기 개인의 사리사욕을 충족시킨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대인관계에서 자기의 언행이 마땅한가의 여부를 스스로 반성하여 그 실현 가능 근거를 자기자신 속에서 발현하고, 따라서 자기수양을 위주로 한다는 뜻에서의 위기지학이다.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학문, 즉 위인지학(爲人之學)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학문과 윤리실천의 주체를 자아(自我)에 둔다.(유교넷, 위기지학 爲己之學). 즉 정리하면, 위기지학은 자기수양과 발전을 위해 학문하는 것이고, 위인지학은 타인들에게 자기를 과시하고 높임받기 위해 학문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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