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강(勉強): 억지로라도 힘써야 할 것
사람의 마음쓰는 은미한 곳은 쉽게 볼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일로써 각박한 자를 알아볼 수 있다. 무릇 남이 의외의 요절(夭折, 젊은 나이에 일찍 죽음)과 비상한 액운과 놀랍고 가련한 일을 당한 이야기를 듣고서 조금도 탄식하는 말과 측은해 하는 기색이 없는 자는 인간의 정리(正理)가 아니니, 어찌 남의 재앙(災殃)을 좋아하고 앙화(殃禍, 인과관계로 인해 받는 온갖 재앙)를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겠는가?
이러한 사람들은 남이 패역(悖逆,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에 어긋나고 순리를 벗어남)하게 구는 것을 보아도 미워할 줄 모르고 남의 은애(은혜와사랑)를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면서 으레 있는 일로 여길 뿐이니, 어찌 이들이 효자ㆍ충신이 되기를 바라겠는가? 이러한 점을 가지고 사람을 살펴보면 백에 하나도 틀림이 없다. 아무리 재주가 있고 문장이 있어 스스로 명예를 좋아하는 자라 하더라도 참으로 소인(小人)인 것이다.
우연히《용촌집(榕村集)》을 읽다가 실로 내 마음에 맞는 한 대목이 있기에 적어 둔다. 용촌이 이르기를, “사람이 억지로 하는 것도 괜찮다. 나의 여섯째 숙부가 어렸을 때 남의 집에 불상사가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곧 희색을 나타내기에 내가 주의시키기를 ‘숙부는 무엇 때문에 남의 재앙을 좋아하고 남의 재화를 즐거워하시오?’ 하였더니, 숙부가 고개를 끄덕인 그 후부터는, 억지로 탄식도 하고 혹은 괴로움과 슬픔을 참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참마음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그 뒤로는 습관이 되어 본성같이 되어 버렸다. 그분은 지금 복록과 장수가 온 종족 중에 첫째간다. 만약에 그때의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복을 누릴 상(相)이 아니었다.” 하였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 '억지로라도 힘써야 할 것(勉強)', 청장관전서 제55권/ 앙엽기 2(盎葉記二)-
"사람의 성정은 비록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에 따라 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의 각기 다른 명칭이 있으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관통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사람이 만일 하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진리를 알아서 힘써 돌이켜 찾는다면,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봄이 진실로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유충정(柳忠貞,1509∼1574, 藏春亭記)"옛사람이 말하기를 ‘인이라는 것은 마음의 덕이요, 사랑의 이치이다.’ 하였으니 인(仁)은 바로 본성이요, 인이 발하여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되니 이것이 정(情)이다. ."-기대승(논사록)
"남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절로 왕성하게 일어나는 것은 성인(聖人)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생각이 마음에 가득하면 결코 측은지심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 또한 기이한 일이다(이목구심서). 가장 두려운 것은 얼굴이 두툼하고 말을 간략하게 하는 소인이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워 그에게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사소절). " -이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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