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설[怡心說 ]: 마음을 기쁘게 한다는 것에 대하여
몸이란 본래 하나뿐이고, 마음도 또한 하나뿐이다. 비록 피와 살이 서로를 감싸고 신경과 힘줄, 근육과 피부로 서로 긴밀하게 연락되어 몸을 싸고 보호하고 있으나, 그 견고함은 나무나 돌ㆍ쇠 따위만 못하니 어떻게 오래 갈 수 있겠는가?
또 이른바 칠정(七情 희(喜)ㆍ노(怒)ㆍ애(愛)ㆍ낙(樂)ㆍ애(哀)ㆍ오(惡)ㆍ욕(欲)의 정)이란 것이 감정으로 몸에 느껴져서 마음과 몸이 서로 울리고 뒤흔들기를 마지않는다. 그래서 칠정이 과하면 마음에서 몸으로까지 영향을 끼쳐 검은 머리카락은 변하여 희게 되고, 불그레하던 얼굴은 변하여 창백하게 되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병들어 죽게 되는 것이 모두 이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어찌 칠정이 없는 사람이 있으며, 사람이 또 어찌 칠정이 없는 날이 있겠는가? 또 보통 이하의 사람들은 보잘 것 없게 평생을 보내어 한 몸, 한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을 예사로 여겨 다 놓치고 잃어버려 돌아 볼 것도 살필 것도 없으니, 그 또한 슬픈 일이다.
오직 군자로서 사물 전체의 요점(大體, 대체, 혹은 내면의 도리)을 아는 자는 편벽한 데에 빠지지 않고, 지킬 것은 지키고 삼가할 것은 삼가함이 분명하여 매사에 어긋나지 않는 까닭에 칠정의 감정이 가슴속에 오래 맺혀 있지 않다.
공자(孔子)가 진나라와 채나라(陳蔡) 사이에서 방황하며 상갓집 개취급을 당하며 유랑걸식하는 궁핍한 액운을 당했을 때에도 거문고를 타며 노래한 것(絃歌 현가)이나, 안연(顔淵, 안회)이 시골에서 궁핍하게 살면서 밥 한 그릇 물 한 사발(簞瓢 단표)만으로도 마음의 즐거움을 변개치 않은 것이 모두 이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적으니, 또한 슬픈 일이다.
나는 일찍이 칠정이 일어날 때에 조용히 궁구하여 말하기를, “부자(夫子, 공자)나 안연이 어찌 별 다른 방도가 있어서였겠는가? 다만 스스로 그 마음을 기쁘게[怡 기쁠 이]한 것뿐일 것이다.” 하였다.
기쁘게 한다는 것은 편안히 함을 말함이고 편안히 한다는 것은 또한 자기를 다둑여 매사를 구분하고 삼가함에 있어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한다는 뜻(愼節之意)이다.
만일 매사를 구분하고 삼가함에 있어 마음을 다둑이지 않고 칠정의 감정이 내키는 대로 매사에 처신한다면, 제 감정에 미약한 마음과 몸이 차마 감당치 못하여 점차 얼굴이 창백해지고 머리가 희어지며 몸과 마음이 병들어 죽는 데 이를 뿐이다. 뿐만 아니라 버릇없이 제 칠정 내키는대로 하는 미친 사람처럼 망령되이 취급되어 차마 낯을 들 수 없을 만큼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외면당하고 버려진 사람이 될 것이니 그 어찌 두려워하고 경계하지 않겠는가?(조준하역, 번역문에 잘 통용되지 않는 어려운 한자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개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문을 옮겨 필사하면서 원문의 문맥이 통하는 범위내에서 부분적으로 풀어서 수정하였다.)
임오년(1762, 영조 38) 2월 6일 밤에 느끼는 바가 있어서 설(說)을 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이심설(怡心說)’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영처문고 2(嬰處文稿二) /설(說)』-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조준하 (역) ┃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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