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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뜻이 분명하고 정확한, 올바른 글쓰기 / 유협

관중(管仲)은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는 것은 소리요 뿌리가 없어도 자리를 잡는 것은 정(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소리는 날개를 빌지 않아도 쉽게 날아다니고, 정(情)은 뿌리를 기다리지 않고도 마음에 자리잡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즉 문장을 지음에 어찌 소홀히 할 것이며,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예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문인들은, 시대는 각기 달라도 고심하여 글을 지음에는 서로 실력을 능히 견줄만 했다.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진 문인은 문장의 명쾌함과 신속함이 두드러지고, 사려 깊은 문인은 문장의 섬세함과 치밀함이 남달랐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 능력은 자칫하면 치우치기 쉽고 두루 원만하기가 어려운 까닭에, 흠이나 결점이 없는 온전한 사람은 드물다. 조식(曺植)의 문장은 ..

[고전산문] 문체(文體)의 8 가지 풍격(風格) / 유협

감정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언어가 형성되고, 이성의 발동으로 문장이 구현된다. 이는 감정과 이성이 마음의 깊은 내부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내용이 바깥으로 드러나 서로 부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능으로 따지자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이 있고, 기질을 논한다면 강건한 사람과 유약한 사람이 있다. 배움의 학식으로 따지면 식견이 천박한 사람과 깊고도 넓은 사람이 있다. 태도나 습관으로 따지자면, 방정하고 단아한 사람과 속되고 비열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각 사람의 성정(性情)으로부터 조성되고, 관습과 풍습 등의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체험적으로 몸에 배인 것이다. 이렇듯 문학작품들은 뜬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하고도 다양하며, 문체(文體)의 특징 또한 변화무쌍한 파도..

[고전산문] 도(道)에서 떠날 수 있으면 도(道)가 아니다 / 구양수

전일에 가신 뒤 다시 전에 주신 고문(古文)․금문(今文)으로 지은 잡문(雜文) 10여 편을 가지고 반복해 읽어보니, 〈大節賦 대절부〉․〈樂古 악고〉․〈太古曲 태고곡〉 등은 말이 더욱 높고 뜻이 극히 컸습니다. 족하(足下, 비슷한 연령대에서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부르는 말)의 뜻을 찾아보건대 어찌 세상을 근심하고 시속(時俗)을 걱정하여 옛것을 궁구하여 도(道)를 밝혀서, 지금을 끌어다 옛날로 되돌려 오늘날의 분란하고 혼잡한 것들을 제거하고자 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뒤에야 족하가 학문을 좋아하여 매우 뜻이 있는 분임을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태곳적 삼황(三皇)의 도(道)를 전술(傳述, 기술하여 전함)하여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취하여 말을 고원하게 하는 데 힘쓰고 현실성이 적으니, 이는..

[고전산문] 실체는 이미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있을 뿐인데 / 유종원

강변에 배를 매어놓고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게 한 곳을 보(步, 부두)라고 한다. 영주성(永州城) 북쪽 외곽에 보(步)가 한 군데 있는데 그곳을 철로보(鐵爐步)라 부른다. 내가 배를 타고 와 이 지방에 거주한 지 햇수로 9년이 되었는데, 이곳 나루터를 철로(鐵爐, 쇠화로)라고 부르게 된 원인을 도처에서 알아보았으나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가 하는 말이 “그것은 일찍이 어떤 대장장이가 이곳에 살았었는데 그가 떠나고 대장간은 허물어져 지금 몇 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현재 그 이름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하였다. 내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아, 세상에 실체는 이미 없어졌는데 이름만 남은 이런 경우가 정말 있단 말인가.” 하니, 철로보(鐵爐步) 부근에 있는 사람이 다음과 같..

[고전산문] 칭찬과 비방에 대하여 / 유종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에게서 비방이나 칭찬을 받는 데에는 또한 각기 그 이유가 있다. 군자(君子)*는 아랫자리에 있으면 비방을 많이 받고 윗자리에 있으면 칭찬을 많이 받으며, 소인(小人)*은 아랫자리에 있으면 칭찬을 많이 받고 윗자리에 있으면 비방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군자는 윗자리가 적합하고 아랫자리는 적합하지 않으며, 소인은 아랫자리가 적합하고 윗자리는 적합하지 않으니, 적합한 자리를 얻으면 칭찬이 오고 적합한 자리를 얻지 못하면 비방이 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군자가 난세(亂世, 혼란하고 어지러운 세상)를 만나 어쩔 수 없이 윗자리에 있게 되면 그의 주장이 반드시 군주와 어긋나는 반면에 이로움이 반드시 백성에게 미친다. 이로 인해 비방이 위에서 행해지고 아래..

[고전산문] 졸부(拙賦) / 주돈이

어떤 이가 주돈이(周敦颐)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이 그대가 졸(拙)하다고 하더이다." 그러자 주돈이는, "나는 교묘하게 꾸미는 것(巧)을 남몰래 부끄럽게 여긴다 세상에는 교묘하게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부(賦)를 지어 읊었다. "꾸미는 재주가 교묘한 사람(巧者)은 말이 능하고, 꾸미는 재주가 서툰 졸한 사람(拙者)은 침묵한다.고로 교자(巧者)는 애써 수고롭고, 졸자(拙者)는 한가하다. 교자(巧者)는 덕을 해치고, 졸자(拙者)는 덕을 베푼다. 따라서 교자(巧者)는 흉하고, 졸자(拙者)는 길하다. 오호라! 온 천하가 교묘하게 꾸미지 않는 졸(拙)한 상태라면,형벌로 다스리는 정치는 거두어지고,위에서 편안하니 아래가 순종하여 따른다. 이로써 풍속은..

고전산문] 속이 충만하면 절로 밖으로 드러난다 / 구양수

옛날 사람들은 학문을 함에 있어, 깊이 연구하여 배우고 익힌 것에 대한 믿음이 돈독(敦篤, 도탑고 성실함)했다. 그 마음 속이 배우고 익힌 덕(德)으로 충만해진 다음에 비로소 겉으로 드러나는 바가 크고 자연스러우며, 빛이 절로 우러나온다. 예를 들면 금과 옥이 빛나는 것은 그것을 갈고 닦고 염색하고 씻어내어 그런 것만이 아니라, 그 본성 자체가 견실한 까닭에 본래 가지고 있던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광채를 내뿜는 것이다. 주역(周易) • 대축(大畜)에서 “강건(剛健)하고 독실(罵實, 믿음이 두텁고 성실함)하면 날로 새롭게 빛난다”라고 하였다. 그 것은 마음속을 충실히 채워야만 광채가 나날이 새로우면서도 끝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말하기 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덕을 쌓는다..

[고전산문] 마음 속에 축적된 것이 글로 표현된다 / 이지(이탁오)

세상의 정말 글 잘하는 사람은 모두가 처음부터 문학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가슴속에 차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괴이한 일들이 무수히 고여 있고, 그의 목구멍에는 말하고 싶지만 감히 토해낼 수 없는 말들이 걸려있다. 입가에는 또 말로 꺼내놓고 싶지만 무슨 말로 형용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것이 허다하다. 그런 말들이 오랜 세월 마음속에 축적되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형세가 된다. 그리하여 일단 멋진 풍경을 보면 감정이 솟구치고, 눈길 닿는 사물마다 절로 탄식이 흘러나온다. 다른 사람의 술잔을 빼앗아 자신의 쌓인 슬픔에 부어넣게 되고, 마음속의 울분을 하소연하거나 천고의 기박한 운명에 대해 한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쏟아져 나온 옥구슬 같은 어휘들은 은하수에 빛나며 회전하는 별들처럼 하늘에 찬..

[고전산문]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태도와 행동 / 소식

세상에서 가장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다. 일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말을 하니 미처 생각할 틈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생각하면 그 일은 발생하지 않고, 일이 발생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늦다. 나는 일생 이와 같아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를 모른다. 마음속에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괴롭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자가 선(善)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고, 불선(不善)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역겨운 악취를 싫어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럴진대 일에 직면해서야 비..

[고전산문] 후안무치 / 공치규

종산(鍾山)의 정령과 초당의 신령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달려 산 자락의 넓은 터에 이 글을 새기게 하였다. 모름지기 은사(隱士)란, 무릇 정직하여 지조와 절개가 혼탁한 세속에서 두드러지게 빼어나는 풍모가 있어야 하고, 마음이 씻은 듯이 맑고 깨끗하여 번잡한 세속을 뛰어넘는 기상이 있어야 하며, 몸은 흰눈을 방금 건너서 온 것처럼 결백하여야 하며, 뜻은 하늘의 푸른 구름을 능가하여 곧바로 하늘 위에 다다라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은사(隱士)들이 이 세상에 남긴 자취를 이렇게 알고 있다. 은사(隱士)란 만물 위에 우뚝 솟아있고 밝아서 노을같은 속세 밖에서 빛나고 있어야 한다. 노중련처럼 천금을 초개같이 여겨 돌아보지 않아야 하며, 요순처럼 만승의 천자의 자리라도 신발짝을 버리듯 하여야 한다. 주의 영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