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으니 쓴다
Posted by 優拙堂
이 글을 어찌하여 백운(白雲筆)이라 이름하였는가? 백운사(白雲舍)에서 썻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백운사에서 썼는가? 어쩔 수 없어 쓴 것이다. 어찌하여 어쩔 수 없이 썼다고 하는가?백운은 원래 궁벽한 곳인데다 여름 날은 지루하기만하다. 궁벽하므로 사람이 없고, 지루하니 할 일이 없다. 일도 없고 사람도 없으니, 어찌해야 이 궁벽한 곳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는가?나는 돌아다니고 싶지만 갈만한 곳도 없고 등에 내리쬐는 뜨거운 볕이 두려워 나갈 수가 없다. 나는 자고 싶지만, 멀리서는 발(簾, 주렴)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오고 지척에서는 풀냄새가 진동하니 크게는 입이 비뚤어지거나 작게는 학질에라도 걸릴까봐 두려워 누울 수가 없다. 나는 글을 읽고 싶지만, 몇줄만 읽어도 이내 혀가 마르고 목구멍이 아파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