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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경계하다

천리마의 한 오라기의 털이 희다고 해서 미리 그것이 백마(白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온 몸에 있는 수많은 털 중에서 누른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 어찌 사람의 일면만을 보고 그 모두를 평가하랴. 어떤 사람이 나에게 경계하여 이르기를, “예부터 한 가지라도 조그마한 재주를 지니게 되면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없게 되고, 스스로 한쪽에 치우친 지식을 믿게 되면 차츰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겨서 작게는 욕하는 소리가 몸을 덮게 되고 크게는 화환(禍患,재앙과 환난)이 따르게 된다. 이제 그대가 날로 글에다 마음을 두니 힘써 남을 업신여기는 자료를 마련하자는 것인가?”하였다. 내가 두 손을 모으며 공손히 말하기를,“감히 조심하지 않겠는가.”하였다. 도군석(陶君奭)이 말하기를..

지비재기(知非齋記 ):자신의 잘못을 진실로 안다는 것

운장(雲章 장간(張幹)의 자)은 운장 자신의 잘못을 아는가? 잘못을 하기는 쉽지만 잘못을 알기는 어려우며, 잘못을 알기는 쉽지만 잘못을 진실로 알기는 어려우며, 잘못을 진실로 알기는 쉽지만 잘못을 제거하기는 어려우며, 잘못을 제거하기는 쉽지만 잘못을 진실로 제거하기는 어렵다. 천하 사람들이 많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여 심하면 혹 이적 금수(夷狄禽獸)에 이르는 것은 모두 잘못을 알지 못함에서 비롯되니 잘못을 아는 것이 크나큰 기괄(機括 기는 활, 괄은 화살촉인데 중요한 기관임을 말한다)임을 비로소 알겠다. 운장은 과연 홀로 운장의 잘못을 알고 있는가? 사람마다 그 누구인들 ‘나는 나의 잘못을 알고 있다’ 말하지 않으랴마는 나는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진실로 아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으니, 어찌하여 그렇게..

모방한 문장(文章)과 가장한 도학(道學)

경(經, 경서)ㆍ사(史, 역사서)ㆍ자(子, 제자백가서)ㆍ집(集, 楚辭/ 別集 /總類 /詩文評 /詞曲)을 막론하고 첫권은 반드시 때묻고 빛깔이 바랬으며 심지어는 해어지고 떨어져서 읽을 수가 없다. 다음권부터 끝권까지는 비록 여러 해가 된 것이라도 씻은 듯이 말끔하다. 내가 항상 탄식하는 것은, 세상 선비들이 인내심이 적어 모든 글을 첫권을 읽을 때는 끝까지 읽을 것같이 하다가 오래지 않아서 게을러지고 싫증이 나면 이내 포기하여 제2권부터는 한 번도 눈으로 보거나 만지지도 않기 때문에 첫권과 끝권이 판연히 다른 물건같이 된다. 그리하여 쥐오줌에 더럽히지 않으면 좀이 먹게 되니 서적의 곤액(困厄, 곤란과 재앙이 겹쳐진 불운한 상태)이 심한 점이다. 또 근자에 어떤 사람의 집에서 보았는데《패해(稗海)》1질은 한..

빼어난 기운(氣運)이 없는 문인은 때주머니에 불과하다

경(經)ㆍ사(史)ㆍ자(子)ㆍ집(集)을 막론하고 첫권은 반드시 때묻고 빛깔이 바랬으며 심지어는 해어지고 떨어져서 읽을 수가 없다. 다음권부터 끝권까지는 비록 여러 해가 된 것이라도 씻은 듯이 말끔하다. 내가 항상 탄식하는 것은, 세상 선비들이 인내심이 적어 모든 글을 첫권을 읽을 때는 끝까지 읽을 것같이 하다가 오래지 않아서 게을러지고 싫증이 나면 이내 포기하여 제2권부터는 한 번도 눈으로 보거나 만지지도 않기 때문에 첫권과 끝권이 판연히 다른 물건같이 된다. 그리하여 쥐오줌에 더럽히지 않으면 좀이 먹게 되니 서적의 곤액(困厄)이 심한 점이다. 또 근자에 어떤 사람의 집에서 보았는데《패해(稗海)》1질은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은 것같이 깨끗한데 《선실지(宣室志)》ㆍ《유양잡조(酉陽雜俎)》ㆍ《이문총록(異聞總錄)..

천하에서 가장 민망스러운 것

자기의 기호에 따라 경전(經傳, 경전(經典)과 그것의 해석서(解釋書). 성경현전(聖經賢傳)의 준말)과 성현(聖賢, 성인(聖人)과 현인(賢人))을 함부로 끌어대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장기 바둑을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논어》에 있는 ‘장기 바둑을 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을 이끌어대고, 해학을 잘 하는 자는 반드시 《시경》에 있는 ‘해학을 잘하도다.’라는 말을 끌어대고, 여색을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대학》에 있는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듯 하라.’는 말을 끌어대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공자는 술을 마시되 양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끌어대고, 재리(財利)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자공(子貢)의 화식(貨殖, 공자의제자인 자공이 재력가로 재물을 증식하는 일에 능했음을 이르는 ..

교만과 망령됨을 경계하다

얼굴을 곱게 꾸미고 모양을 아양스럽게 굴면 비록 장부(사내)라도 부인(여인네)보다 못하며, 기색을 평온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면 비록 미천한 하인배라도 군자가 될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속된 말을 하는 것은 닭과 개를 대하여도 부끄러운 일이요, 손(客, 손님)을 보내 놓고 시비를 논하는 것(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이러쿵저러쿵 뒷담화 하는 것)은 아마 귀신도 가증스럽게 여길 것이며, 말이 경솔하면 비록 재상의 지위에 있어도 노예나 다름 없고 걸음걸이가 방정맞으면 비록 나이 많은 늙은이라도 아이들보다 못하다. 내가 일찍이 이 말을 동쪽 벽에 붙여 놓고 그 끝 부분에 ‘명숙(明叔 이덕무의 자(字))이 명숙의 서실(書室)에 이 글을 썼는데 명숙이 어찌 명숙을 속이겠는가?’ 라고 덧붙였으니, 이는 깊이 경계..

스스로의 경계를 삼다

선비는 마음 밝히기를 거울같이 해야 하고 몸 규제하기를 먹줄같이 해야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가 끼기 쉽고 먹줄이 바르지 않으면 나무가 굽기 쉽듯이, 마음을 밝히지 않으면 사욕이 절로 가리우고 몸을 규제하지 않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기므로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데도 마땅히 거울처럼 닦아야 하고 먹줄처럼 곧게 해야 한다. 마음[虛靈不昧]이란 서쪽으로 유도하면 서쪽으로 쏠리고 동쪽으로 유도하면 동쪽으로 쏠리며, 이(利)로 향하면 이에 따르고 의(義)로 향하면 의에 따르므로, 쏠리고 따르는 데에 반드시 그 시작을 삼가야 한다. 물건이 적중하면 저울대가 반듯하고 물건이 적중하지 못하면 저울대가 기울며, 돛이 순풍을 만나면 배가 가고 돛이 순풍을 만나지 못하면 배가 가로선다, 반듯하고 기울며 가고 가로서게 되..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을 배워야 한다 (學說 학설)

하늘이 우리에게 귀ㆍ눈ㆍ입ㆍ코ㆍ사지(四肢)ㆍ백해(百骸)를 준 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그 받은 것을 마땅히 어떻게 하여야 할까? 귀는 마땅히 들어야 할 것을 듣고, 눈은 마땅히 보아야 할 것을 보고, 입은 마땅히 말해야 할 것을 말하고, 코는 마땅히 냄새 맡아야 할 것을 맡고, 사지나 백해는 모두 마땅히 동(動)하고 정(靜)하여야 할 데에 동하고 정하여야 한다. 마땅함이란 당연함이니 의(宜, 마땅할 의)를 말한다. 천리(天理)를 잃지 않는 것을 의(宜)라고 하니 우리가 하늘에서 받은 것이 또한 어찌 우연이겠는가? 듣고, 보고, 말하고, 냄새 맡고, 움직이고, 고요함에 만일 불행하게도 그 마땅함을 잃는다면 이는 천리를 잃음이니, 이미 천리를 잃었다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서 어찌 마음에 두렵고 부끄럽..

시의 근본

진실한 기쁨과 진실한 슬픔이 진실한 시를 만든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우는데, 울기를 그치면 웃는다. 여기에는 어떠한 허위도 없는데, 그 까닭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시의 근본이다. 동자가 두세 살이 되어서는, 밥을 많이 주면 웃고, 밥을 적게 주면 운다. 느끼는 대로 기쁨과 슬픔이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이것이 시의 기미(幾微, 낌새, 우러나와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다. 아이가 성장해서는, 귀인(貴人)에게 아첨하여 환심 사기에 애쓰고,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도 슬픈 척 조문한다. 이것이 시의 허위(虛僞)이다. 천하에는 슬픔이나 기쁨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시를 짓지 못할 사람이 없으련만, 오히려 그러한 사람(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형(父兄)..

어린 두 누이에게 주는 교훈 (妹訓)

나에게 두 누이가 있는데 다 비녀(笄) 꽂을 나이가 되었다. 어려서 들은 바가 없으면 장성함에 이르러 경계하기 어려우므로, 이 글을 지어 훈계하는 바이다. 무릇 16장(章)이다. 여자의 덕은 화순(和順 온화하고 순함)으로 규칙을 삼으며, 언어와 걸음걸이로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 마음으로 하여 게으르지 않는 것이 그 직분이다. 기운을 가라앉히고 목소리를 낮추어 중정(中正)으로써 재제하며 조용히 행동하여 처사와 마음이 서로 부합되어야 이것이 길상(吉祥)이 되어 모든 복이 다 이른다. 비루하고 어긋난 말은 귀를 가리고 듣지 말며 장로(長老)의 훈계는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익히면 몸도 따라서 편안하게 된다. 선한 말이나 악한 말이 다 입에서 나온다. 한 번 악한 말을 내게 되면 후회한들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