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비록 맛은 같지 않아도 / 성현
Posted by 優拙堂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육경(六經,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악기, 춘추) 외에는 모두 헛된 글입니다. 경(經)은 치도(다스리는 도리나 방법)의 율령(법률)과 같은 존재이니 마땅히 우선해야 할 것이고, 사가(史家)의 기록으로 말하자면 또한 빼놓을 수는 없지만 과장하고 꾸미는 폐단을 면치 못합니다. 더욱이 역사서 외에 괴이하고 궁벽한 것을 기록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대답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식견이 매우 막힌 것이다. 이는 음식을 먹는 자가 단지 오곡만을 알고 다른 음식의 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 무릇 육경은 깨끗한 오곡과 같고 《사기(史記)》는 맛이 훌륭한 고깃점과 같으며, 제가(諸家)들이 서술한 것은 온갖 과일이나 채소와 같다. 맛은 비록 같지 않지만 내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