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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천지만물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제나라의 대부 전씨가 자기 집 정원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초청객이 천여 명이 되는 큰 잔치였다. 참석한 손님 중에서 생선과 기러기를 선물로 가져온 사람들이 있었다. 전씨가 이 선물을 보고 기뻐하며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늘은 특별히 우리 인간에게 후한 은혜를 내려 주셨습니다. 땅에 여러 종류의 곡식을 주어 불어나게 하고, 심지어 물의 생선과 하늘의 날짐승까지 만들어 사람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하셨으니 말입니다.” 이 말에 여러 손님들도 동감했다. 이 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이가 열두 살 밖에 안 되는 포씨의 아들이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제 의견은 주인어르신의 의견과 다릅니다. 천지만물은 본래 우리 인간과 똑같이 생겨났고,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나 하등 다를 것이 ..

[고전산문] 의심이 의심을 키운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그는 누군가 훔쳐갔다고 생각했다. 대뜸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다. 그래서 그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걸음걸이가 수상했다. 얼굴을 살폈다. 낌새가 달랐다. 평소와 달리 어색하다. 말하는 투도 역시 그러하다. 아이의 행동거지나 태도가 뭔가 다르다. 이를 미루어 보아 이 아이가 도끼를 훔쳐간 도둑이 분명했다. 그래서 옆집아이가 도끼를 훔쳐갔다고 심증을 굳혔다. 그런데 며칠 후 뜻밖에도 잃어버렸던 도끼를 찾았다. 우연히 산길을 지나다가 수풀 사이에서 발견했다. 집에 돌아 온 다음 날. 다시 이웃집 아이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전날의 느낌 하고는 전혀 달랐다. 도끼를 훔쳐간 도둑으로 의심할만 것은 도무지 찾아지지 않았다. -열자(列子), 제8..

[고전산문] 곡학아세(曲學阿世) : 유림열전-원고생편

청하왕(淸河王) 유승(劉承)의 태부(太傅) 원고생(轅固生)은 제나라 사람이다. 『시』에(시경을) 연구했기 때문에 경제 때 박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경제 면전에서 황생(黃生)과 쟁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 때에 황생이 이렇게 말했다.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천명을 받아서 천자가 된 것이 아니라 군주를 시해한 것입니다.” 이에 원고생은 이렇게 반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저 하나라의 걸왕(桀王)과 은나라의 주왕(紂王)은 포학하고 혼미하여 천하의 민심이 모두 상나라의 탕왕과 주나라의 무왕에게로 귀순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나라의 탕왕과 주나라의 무왕은 천하 민심이 바라는 대로 걸왕과 주왕을 토벌했던 것입니다. 걸왕과 주왕의 백성들은 자기 군주의 부림을 받지 않고 탕왕과 무왕에게 귀순했기 때문에 탕..

[고전산문] 편리한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를 유람하고 나서 진나라로 돌아오다가, 한수 남쪽을 지나는 길에 한 노인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땅을 파고 우물로 들어가 항아리에 물을 퍼 들고 나와서 물을 주고 있었다. 힘은 무척 많이 들이고 있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자공이 말을 걸었다.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노인이 머리를 들어 자공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자공이 말했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밭을 돌보던 노인은 성난 듯 얼굴빛이 바뀌었으나 잠시 ..

[고전산문] 안다고 하는 것이 모른다는 것일수도 있다.

설결(齧缺)이 왕예(王倪)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모든 존재가 다 옳다고 인정되는 것에 대해서 아십니까?(만물이 각기 제나름대로 옳은 바가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선생께서는 선생이 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그렇다면 모든 존재에 대해 앎이 없습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시험삼아 말해보겠다. 내가 이른바 안다고 하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으며, 내가 이른바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는가?” “또 내가 시험삼아 너에게 물어보겠다.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병이 생기고 반신불수가 되는데, 미꾸라지..

[고전산문] 삶을 보양하는 방법: 아이처럼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란 위대한 도 하나를 지니는 것이며, 자기 본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衛生之經 위생지경 能抱一乎 능포일호 能勿失乎 능물실호). 점치는 것에 의해 자기의 길흉을 판단하려 들지 않아야 하고,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能止乎 능지호), 인위적인 행위를 그만둘 수 있어야 합니다(能已乎 능이호). 남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자기를 충실히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能舍諸人而求諸己乎 능사제인이구제기호). 행동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마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아이처럼 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데, 그것은 자연과 지극히 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루 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저리지 않는데 그것은 자연의 덕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고전산문]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한다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그의 집은 사방 여덟 자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데,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시며 사십니까?” 원헌이 응하여 대답..

[고전산문] 진실됨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

삼가고 지켜서 결코 잃지 않는 것 황하의 신이 말했다.“어째서 도가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도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理)에도 통달해 있고, 이에 통달한 사람은 사물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밝다. 사물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밝은 사람은 사물에 의해 자신이 해를 받는 일이 없다.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불도 뜨겁게 하지 못하며, 물도 그를 빠져죽게 하지 못하며,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칠 수가 없고, 새나 짐승들도 그를 상하게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볍게 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편안함과 위험을 살피고 화와 복 어느 것에나 안주하여 자기의 거취를 신중히 함으로써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르기를 자연을 그의 내부에 존재하게 하고, 인위적인 것은 밖..

[고전산문] 만물은 하나같이 가지런하고 평등한 것

황하의 신(河伯)이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저의 출처와 진퇴를 취사선택함에 있어서 도대체 저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을 천히 여기겠는가? 이런 경지를 아무 구별이 없이 혼돈으로 통일된 상태인 반연((反衍)이라고 한다. 자기 뜻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도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적다하고 무엇을 많다 하겠는가? 이런 경지를 구별 없이 연결되는 상태를 말하는 사시(謝施)라 한다. 한편으로만 치우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즉 도에 어긋나게 된다. 엄격하기가 나라의 임금과 같아서 사사로운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유유자득하기가 제사를 받는 ..

[고전산문]사물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황하의 신이 말했다. “사물의 외형이나 내면에 있어서 무엇을 기준으로 귀하고 천한 구분이 생기며, 무엇을 기준으로 작고 큰 구분이 생기는 것입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도(道)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물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사물 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은 귀하고 남은 천한 것이다. 세속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귀하고 천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이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느 것에 비하여 크다는 입장에서 말하면 만물 중에 크지 않은 것이 없게 되며, 어느 것에 비하여 작다는 입장에서 보면 만물 중에 작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하늘과 땅도 큰 것과 비교를 하면 작은 풀 씨 한 알 정도로 생각될 수 있고, 털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면 큰 산 정도로 생각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