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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상적인 글쓰기 / 벤 야고다

글쓰기에서 가장 유명한 세 가지 좌우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Kill your darlings"다. 이 문장은 일반적으로 작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와 여러 다른 작가들에 의해 알려졌다. 이러한 감상(感想)은, 원래 20세기 초반 작가 아서 퀘일러 코치(Sir Arthur Quiller-Couch)가 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아주 뛰어나게 훌륭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마다, 전심전력을 다하여 그 충동에 복종해라. 그리고 원고를 보내기 전에 그러한 충동에 사로잡혀 쓴 문장들을 삭제해 버려라. 'Murder your darlings.'" (※옮긴이 주: 개인적인 취향에서 나오는 충동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글에 개입시키지 말라는 의미.) 이 말의..

[에세이]나쁜 글쓰기의 근원/ 스티븐 핑커

The Source of Bad Writing -The 'curse of knowledge' leads writers to assume their readers know everything they know ('지식의 저주'는 글쓰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아는 모든 것을 그들의 독자들이 알고 있다고 여기도록 이끈다) 왜 이토록 많은 글들이 그렇게도 나쁜가? 정부기관의 공문서나 학술 기사, 혹은 무선 홈 네트워크 설치 지침서 등과 같은 글들이, 이해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이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설명은, 모호하고 불투명한 산문이 의도적으로 선택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 관료들은 그들 내부의 진짜 속사정을 덮기 위해 두리뭉실하게 횡설수설 하기를 고집한다. 남다른 행색의 전문 작가들은, 그들..

[에세이] 최악의 글쓰기 / 조지오웰

현대의 글쓰기에서 최악의 경우는 그 의미를 명확하게하기 위해 이미지를 발명하고, 그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단어를 추려내는 것으로 구성되지 않은 글이다. 그것은 이미 누군가가 열거한 단어들의 긴 조각들을 함께 묶어 만든 글이며, 속이 뻔한 속임수로 결과가 나온 글이다. 이 글쓰기의 매력은 그것이 쉽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익숙해지면 더 쉽다... 진부한 은유들, 직유들, 그리고 숙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의도를 애매모호하게 하여 흐리게 할 뿐 아니라 독자는 물론 자신에게도 그러한 대가로 많은 정신적 노력을 덜어낼 수 있다. 혼합된 은유의 요체가 여기에 있다. 은유의 유일한 목표는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오는 것이다...(이러한 글쓰기의 경우에)단어와 의미는 거의 별개의 차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

[인문학 칼럼]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이국환

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고, 인생은 내 발길이 닿은 적 없는 오지(奧地)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하며, 이러한 앎이 곧 지(知)이고,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認知)라 한다.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은 다양한 지식의 축적 덕분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자 양식을 저장하듯 당장 쓸모없는 지식이라도 일단 저장해 두었다. 본래 쓸모란 시기의 개념이며, 언제 쓸모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며 이런저런 잡다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도 인간이 진화 단계에서 체득한 생존 본능 때문이다. 스마트폰 덕분에 알고 싶은 것과 아는 것 사이의 간극이 사라진 시대, 지적 허기가 즉석식품처럼 쉽게 충족되는 시대, 그런데도 박학한 자들이 텔레비전에 출연해 알아두어도 쓸데없는 지..

[에세이]어떤 수필이 좋은 수필인가 / 김태길

마음의 세계 수필가는 자기가 몸소 체험한 이야기와 느낀 소감, 또는 자기가 관찰하고 생각한 바 등을 산문으로 기록한다. 그런 뜻에서 수필은 작가의 마음의 세계를 그리는 자화상에 가깝다. 화가들이 그리는 자화상의 경우에 있어서, 좋은 그림이 되기 위하여 화가의 용모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어느 전문가에게 물어 보았더니, 자화상의 예술적 가치는 주로 그리는 솜씨에 달렸으며, 화가의 용모가 수려할 필요는 없다고 대답하였다. 아마 의견이 다른 전문가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용모가 뛰어난 화가만이 훌륭한 자화상을 그릴 수 있다 하더라도, 평범한 외모가 탁월한 화가가 되기에 큰 지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화상이 아닌 다른 그림을 얼마든지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의 경..

[에세이] 좋은 수필의 조건 / 이 정림

수필은 다른 장르에 비해 독자에게 친근감을 안겨 주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수필이란 소설처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사실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우선 글을 쓴 이에게 인간적인 친근감을 갖게 한다. 둘째로, 수필은 흔히 그 소재를 생활 속에서 찾아내기 때문에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공감성을 주게 되며, 그것이 곧 독자의 창작 의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셋째로, 수필은 그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특출한 작가적 역량이 없어도 그런 대로 글 한 편을 써낼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함이 독자로 하여금 수필에 친근감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수필의 함정은 쉬워 보이는 듯한 바로 그 점에 있다. 동기는 그렇게 만만했지만 막상 글을 ..

[칼럼]방물장수와 어머니 / 강명관

은퇴한 지 오래된, 무척 존경하는 선배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다. 20대 초반 여름 친구들과 어울려 캠핑을 하면서 전국을 주유하던 중 어느 날의 일이었다. 오후 늦게 강가에 텐트를 치며 하루를 묵을 채비를 하고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초로의 촌로 한 분이 걸음을 멈추고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루를 자고 떠날 요량이라고 했더니, 펄쩍 뛰면서 우리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을 어찌 한데서 재우느냐며 빨리 텐트를 걷고 따라오란다. 실랑이 끝에 못 이기는 체 하고 따라갔더니 마을 공회당 넓은 방에 묵게 해 주고, 저녁까지 차려 주며 ‘없는 찬이나마 든든히 먹으라’고 호의를 베풀더라는 것이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그땐 그랬어, 요즘처럼 야박하지 않았거든. 꼭 그 마을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