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맹자

[고전산문] 본심을 잃었다는 것 / 맹자

優拙堂 2018. 9. 29. 18:11

우산(牛山)의 나무들도 예전에는 무성하여 아름다웠다. 그러나 대도시의 교외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도끼와 자귀로 나무를 베어가니,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그 산에도 밤낮으로 만물을 생장시키는 원기와 촉촉이 적셔주는 비나 이슬이 있으므로 싹과 움이 트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나오는 족족, 소와 양이 뜯어 먹기 때문에  저렇게 민둥산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민둥산인 것만 보고 처음부터 재목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本性)이겠는가. 

사람이 지닌 본성에도 어찌 인의(仁義)의 마음이 없겠는가. 그런데도 그 양심(良心)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역시 도끼와 자귀로 산의 나무를 아침마다 베어가는 것처럼 스스로가 양심의 싹을 자르기 때문이니, 어떻게 아름답게 될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양심을 잃은 사람은, 밤낮으로 길러주는 좋은 기운과 새벽녘의 맑고 깨끗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에 있어 남들과 유사한 점이 많지 않은데, 그가 낮에 하는 소행이 다시 그나마 있는 것을 해치고 만다.

이렇게 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야기(夜氣, 한밤에 자라는 좋은 기운)가 인의(仁義)의 양심을 보존할 수 있게 해 주지 못하고, 야기가 양심을 보존할 수 있게 해 주지 못하면 금수와 별로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그의 금수 같은 행실만 보고는, 일찍이 재질(성정)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것이 어찌 사람의 원래 성정(性情)이겠는가. 

따라서 만약 제대로만 기른다면 자라지 않는 것이 없게 되고, 제대로 기르지 못한다면 사라지지 않을 것이 없는 것이다.  공자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게 되며, 드나드는 데에 일정한 때도 없고 어디로 갈지 방향도 알 수 없는 것, 이는 바로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셨다.(맹자 고자상 8장)

생선 요리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곰발바닥 요리도 내가 원하는 요리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생선 요리를 포기하고 곰발바닥 요리를 택할 것이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의(義)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삶을 포기하고 의를 택할 것이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원하는 것 중에는 삶보다 더 큰 것이 있기 때문에 구차하게 삶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도 내가 싫어하는 것이지만 싫어하는 것 중에는 죽음보다 더한 것이 있기 때문에 죽음의 환난도 피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가령 사람이 원하는 것 중에 삶보다 더 큰 것이 없다면 살 수 있는 방법을 어찌 다 쓰지 않겠으며, 가령 사람이 싫어하는 것 중에 죽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어찌 다 쓰지 않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살 수 있는데도 그 방법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렇기 때문에 죽음을 피할 수 있는데도 그 방법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결국 원하는 것 중에는 삶보다 더 큰 것이 있으며, 싫어하는 것 중에는 죽음보다 더한 것이 있다는 말인데, 현자(賢者)만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현자는 다만 이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 그릇의 밥과 한 그릇의 국을 얻어 먹으면 살고 얻어 먹지 못하면 죽는 상황에서도, 욕을 하면서 음식을 주면 길 가는 사람도 받지 않으며, 발로 차서 주면 구걸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종(萬鍾)*의 녹(祿)은 예의염치를 따지지 않고 받으니, 그 만종의 녹이 내 자신에게 무슨 보탬이 된단 말인가. 만종의 녹을 받는 것은 다만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처첩(妻妾)을 먹여 살리고 내가 알고 있는 궁핍한 사람들이 나를 고맙게 여기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앞서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다가 이제 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는 받으며, 앞서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다가 이제 처첩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받으며, 앞서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다가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궁핍한 사람들이 나를 고맙게 여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받으니, 이 역시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인가. 이를 두고 '그 본심을 잃었다'고 하는 것이다.(맹자 고자상 10장)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려두고 가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고도 찾을 줄을 모르니, 애처롭다.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도(道)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잃어 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맹자 고자상 11장)

-맹자, 고자(告子) 상(上)  8장~11장-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경서성독 / 맹자

※옮긴이 주
1. 만종(萬鍾)의 녹(祿): 만종에 해당하는 봉급이라는 뜻이다. 1종(鍾)은 쌀 1섬, 쌀 1섬은 144kg, 즉 만종은 1,440,000kg(1,440톤) 가마니(80kg)로 환산하면 18,000가마니, 현재 시세로 쌀 1가마니(80kg)를 대략 130,000원으로 잡으면, 23.4억원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