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존재 위백규

[고전산문]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 정직이다 / 위백규

優拙堂 2018. 9. 29. 18:36

섭공이 공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향당 가운데 몸을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가 양(羊)을 훔치자 아들이 그것을 증명하였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우리 향당의 정직한 자는 이와 다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하여 숨겨 주고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 주니, 정직함은 이 가운데 있는 것이다.

매사에 단지 의리의 당연함을 따른다면, 정직에 뜻을 두지 않아도 절로 정직해진다. 만일 정직에 뜻을 둔다면, 사의(私意,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가 일어나 어디를 가든지 정직할 수 없다. 이 사람이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이름이 났다면, 이는 정직에 뜻을 둔 자이니, 어떻게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증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옮긴이 주: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고발함으로써 자신의 정직함을 사람들에게 증명한다는 의미)

그가 만약 '의리(義理)의 정직'이었다면 섭공 역시 ‘우리 무리에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가 있다.’라고 말할 텐데 지금 ‘몸을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라고 하였으니, 이 ‘궁(躬)’ 자에서 정직으로 명성을 추구하려는 자임을 알 수 있다. 그 마음속에 자신의 몸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를 길 가는 사람처럼 보고 있으니, 길 가는 사람을 어찌 숨겨 줄 리가 있겠는가. 마음에 존재하는 것이 이와 같기 때문에 사람마다 이를 말한다. 그를 자연스럽게 칭찬하면서 ‘몸을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라고 말하니, 은미한 데에서 드러난다는 것이 과연 이와 같구나.

부자(父子)가 서로 죄를 숨겨서 감싸주는 것은 이치상 당연하다. 이치가 있다면 어디를 간들 정직하지 않겠는가.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 정직이다. 부자가 서로 죄를 숨겨 주고 감싸주는 것은 사사로움이 아니다. 천리의 크고 공정함이 이 가운데에 있다. 세상 사람들이 부자 관계를 사적인 관계라고 여기기 때문에 거짓으로 효도를 하는 자가 있고 훔친 양을 증명한 자도 있으니, 그 마음은 같다.

사씨(謝氏)가 말한 “어느 겨를에 따지겠는가.〔何暇計〕”라는 세 글자는 온당하지 않은 듯하다. 고수(瞽瞍, 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하여 순 임금이 몰래 고수를 업고 바닷가 궁벽한 곳으로 도망쳤다면, 어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미 정직이니, 어찌 겨를이 있는지 없는지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

-위백규(魏伯珪, 1727~1798), ' 자로편〔子路篇〕'부분, 「존재집(存齋集) 제7권/   독서차의(讀書箚義)○논어(論語)-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김건우(역) ┃ 2013


※참고
★정직(正直): ①사람이나 사람의 성품, 마음 따위가 바르고 곧음(다음사전) ②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네이버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