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논어

[고전산문] 함께 시를 논할 만하구나 / 논어

優拙堂 2018. 9. 29. 18:42

자공(子貢)이 물었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고, 부유(富裕)하면서도 교만함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자(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괜찮으나 가난하면서도 도(道)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禮)를 좋아함만 못하다.”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詩, 시경≫에 ‘끊은 것 같고 간 것 같으며 쪼은 것 같고 연마(硏磨)한 것 같다.’고 하였으니, 이를 이른 것입니까?”  자(子)께서 말씀하셨다. “사(賜, 자공)야 비로소 함께 시(詩)를 논할 만하구나. 너에게 왕(往, 지나간 일  貧而樂 富而好禮)을 일러주니 래(來, 앞일  切磋琢磨)를 알았구나.”

[소(疏, 주석)]

○정의왈(正義曰):이 장은 빈자(貧者)나 부자(富者)나 모두 도(道)를 즐기고 자신을 수양(修養)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재물(財物)이 궁핍한 것을 빈(貧)이라 하고, 비위 맞추는 말을 잘하는 것을 첨(諂, 아첨할 첨)이라 하며 재물이 많은 것을 부(富)라 하고, 오만방자한 것을 교(驕, 교만할 교)라 하니, 가난한 사람은 아첨하는 경우가 많고, 부유한 사람은 오만방자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는 것을 자공(子貢)은 훌륭하게 여겼다. 그러므로 부자(夫子, 공자)께 “그 덕행(德行)이 어떠냐?”고 물은 것이다.

이때 자공은 부유하여 학문에 대한 뜻이 나태(懶怠, 게으르고 느림)하였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니, 자공의 생각은 교만하지 않은 것이 미덕(美德)이 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孔子)께서 억제하시어 “가(可, 괜찮음)”하다고 하셨으니, 이는 자랑할 만한 게 못 된다는 말이다.

락(樂)은 선도(善道, 선하고 올바른 사람됨의 도리)에 뜻을 두어 가난을 근심과 괴로움으로 여기지 않음을 이르고, 호(好)는 예용(禮容)을 익혀 부유하다 하여 게으름을 피우거나 소홀히 하지 않음을 이른다. 이렇게 하는 것이 무첨무교(無諂無驕)보다 낫기 때문에 “미약(未若)”이라고 하신 것이니, 그만 못하다는 말이다.

자공(子貢)은 스승께서 자기를 격려하는 줄을 알았기 때문에 시(詩)를 인용하여 ˂부자(夫子)의 뜻을˃ 찬성한 것이다. 이 시(詩)는 ≪시경 詩經≫ ˂위풍 기욱(衛風 淇奧)˃의 시(詩)인데, 위 무공(衛 武公)의 덕(德)을 찬미(讚美)한 것이다. 수골(獸骨, 짐승의 뼈)을 다스리는 것을 切(절)이라 하고, 상아(象牙)를 다스리는 것을 瑳(차)라 하고, 옥(玉)을 다스리는 것을 琢(탁)이라 하고, 돌을 다스리는 것을 磨(마)라 하는데, 이는 위 무공(衛 武公)의 학문이 이루어진 것을 말한 것이니, 신하들의 규간(規諫, 옳은 도리를 간함)를 듣고서 자신을 수양한 것이 마치 옥과 돌이 탁마(琢磨)를 받은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공(子貢)이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면 절차탁마(切磋琢磨)한다고 이를 수 있습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자공(子貢)이 시(詩)를 인용하여 공자(孔子)의 뜻을 찬성할 줄을 알았으니, 비슷한 것을 취하여 비유를 잘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이름을 부르시어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저(諸, 어조사 저)는 之(지)이니, 그에게 이미 지난 ‘가난하면서도 도(道)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禮)를 좋아함(貧而樂道 富而好禮)으로써 고해주니, 앞으로 올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안 것이다. 그러므로 함께 시(詩)를 말할 만하다고 하신 것이다.

-논어주소(論語注疏) 학이(學而) 第一 15장

▲번역글 출처: 동양고전종합DB

※[옮긴이 주]

논어주소(論語注疏)는 가장 오래된 ≪논어≫의 주석서다. 주희(朱熹)의 ≪논어집주(論語集註)≫와 함께 대표적인 ≪논어≫ 주석서로 알려져 있다. ≪논어주소(論語注疏)≫는 송나라 형병(邢昺, 932~1010)이 중국 위나라 하안(何晏,193~249)의 ≪논어집해論語集解≫에  소(疏)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