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중국)/유협

[고전산문] 문체(文體)의 8 가지 풍격(風格) / 유협

優拙堂 2018. 9. 29. 18:44

감정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언어가 형성되고, 이성의 발동으로 문장이 구현된다. 이는 감정과 이성이 마음의 깊은 내부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내용이 바깥으로 드러나 서로 부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능으로 따지자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이 있고, 기질을 논한다면 강건한 사람과 유약한 사람이 있다. 배움의 학식으로 따지면 식견이 천박한 사람과 깊고도 넓은 사람이 있다.  태도나 습관으로 따지자면, 방정하고 단아한 사람과 속되고 비열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각 사람의 성정(性情)으로부터 조성되고, 관습과 풍습 등의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체험적으로 몸에 배인 것이다.

이렇듯 문학작품들은 뜬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하고도 다양하며, 문체(文體)의 특징 또한 변화무쌍한 파도처럼 다양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문장과 논리 전개의 평범함과 특출함은 그 사람의 재능과 분리될 수 없고, 글에서 우러나오는 풍격과 운취의 강건함과 유약함은 그 사람의 기질과 구별될 수 없다. 작품에 인용된 것과 내용의 깊고 얕음은 그 사람의 학식과 별개일 수 없고, 작품의 구성과 체계에서 드러나는 방정하고 우아함과 산만하고 비속함은 그 사람의 습관과 상반될 수 없다. 이렇듯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에 따라 글을 쓰거나 창작을 하는 까닭에,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독특함은 마치 사람의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르듯이 다 다르기 마련이다.

다양한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을 전체적으로 살펴 볼 때, 우리는 문체(文體)의 풍격(風格)을 다음의 여덟 가지 유형으로 개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고전적인 전아(典雅)함. ‘고전적인 전아함’이란, 옛 성인들의 고전과 경서(經書)의 정신에 바탕을 둔 것으로써 유가(儒家)들의 도리와 정신을 법도로 삼은 것이다.
둘째, 깊고 은밀함(遠奧). ‘깊고 은밀함’이란, 문채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문장에 법도가 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도가(道家)의 학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셋째, 간결함(精約). ‘간결함’이란, 분석을 치밀하게 하여 자구(字句)를 절약하여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그 뜻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 밝고 분명함(顯附). ‘밝고 분명함’이란, 인정과 도리에 합당하고 문장의 의미가 명확하여 보편적으로 뜻이 잘 통하므로 능히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다섯째, 복잡하고 화려함(繁縟). ‘복잡하고 화려함’이란, 비유가 많고 문채가 풍부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마치 나무의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생기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섯째, 장려(壯麗)함. ‘장려함’이란, 작품이 주장하는 바가 탁월하고 작품의 규모가 웅대하며 문채가 뛰어나게 돋보이는 경우이다.
일곱째, 새롭고 기발함(新奇). ‘새롭고 기발함’이란, 낡은 요소를 제거해 버리고 새로움을 추구한 것을 말하는데, 자칫 위험한 방향이나 괴이한 길로 빠질가능성이 있다.
여덟째, 가볍고 용속함(輕靡). ‘가볍고 용속함’ 이란, 언어의 수식은 화려하나 뻔한 내용으로 문체의 힘과 기세가 약하며, 가벼우면서도 평범하여 저속한 것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고전적인 전아함’과 ‘새롭고 기발함’, ‘깊고 은밀함’과 ‘밝고 분명함’, ‘복잡하고 화려함’과 ‘간결함’, ‘장려함’과 ‘가볍고 용속함’은 서로 상반된다. 다양한 언어적 표현들이, 뿌리를 내리고 싹이 돋고 잎이 자라고 무성해지는 것은, 모두 이러한 8가지 유형의 범주 안에서 드러난다.

문체(文體)의 여덟 가지 유형들은 지금껏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듭해 왔는데, 그것들의 효능은 배움을 통한 학식과 재능의 여부에 달려 있다. 사람들의 재능에 대해 논한다면, 그것은 최초에는 그 사람의 기질에 의해 조성된다. 기질은 생각과 감정을 충실하게 하고. 생각과 감정은 언어의 선택과 그 표현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렇듯 언어로 표현된 말과 글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문채는 그 사람의 성정(性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가의(賈誼)는 재능이 빼어나게 뛰어나고 성정(性情 또는 기질) 또한 맑기 때문에, 그의 언어 표현은 정결하고 풍격이 맑다. 사마상여(司馬相如)는 성정(性情)이 변덕스럽고 행실이 거만한 까닭에, 문리(文理)의 과장이 심하고 언어 표현은 수사가 지나치다. 양웅(揚雄)은 성정(性情)이 침착하여, 그의 문장에 담겨진 내용의 의미가 깊고도 복잡하다. 유향(劉向)은 성정(性情)이 담백하고도 온화하기 때문에, 그의 문장은 뜻하는 바가 명백하며 사례의 인용에 있어 학식과 식견의 폭이 넓다.

반고(班固)는 성정(性情)이 우아하면서도 치밀하기 때문에 문장의 체제가 치밀하며 사상이 정밀하다. 장형(張衡)은, 학식이 깊고도 넓어 막힘이 없기에 사고가 주도면밀하고도 고르며, 문장 역시 치밀하다. 왕찬(王粲)은 성정(性情)이 급하고 괄괄하기 때문에, 그의 문장은 날카로우며 격동적인 힘이 있다. 유정(劉楨)은 성질이 편협하고 성급한 사람이지만, 그의 언어와 문장은 웅장하며 그 사상과 감정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힘이 있다.

완적(阮籍)은 성정(性情)이 활달하고 호탕하기 때문에, 언어 표현에서 음절(音節)이 높고 음조(音調)가 깊다. 혜강(嵇康)은 용감하고 의협심이 강한 사람이라 그의 문장은 취미가 고상하고 문채가 장엄하면서도 곧다. 반악(潘岳)은 성품이 가볍고 민첩하기 때문에, 붓끌의 흐림이 빠르고 음률이 약동적이다. 육기(陸機)는 성정(性情)이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가득하고 진지하기에, 다양한 감정들의 기복이 심하게 드러나는 글들이 많지만, 언어 표현은 함축적이며 그 의미가 깊다.

이상의 사례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겉으로 드러난 언어적 표현은, 반드시 사람의 마음 속에 내재한 성정이나 기질과 서로 부합한다. 이로써 천부적인 자질(성정)과 재능의 대략적인 역할과 그 기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재능은 천부의 자질로부터 오지만,  학문을 배우고 익힘에 있어서는 특히 처음 시작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이는 목수가 나무를 깍아 도구나 자재를 만들거나, 옷감 장인이 비단실을 염색할 때 처음에 들인 공력대로 그 결과가 그대로 나타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건이 완성되고 염색이 끝난 다음에는 행여 잘못을 발견하여도, 처음의 상태로 되돌리거나 쉽게 고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런즉 어린아이가 글쓰기를 배우고 익히기 시작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구조와 바탕을 분명하게 세워야 하며, 근본이 되는 것부터 탐구한 다음 세부적인 문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사고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원만해질 것이다.

8가지 문체(文體)의 풍격들이 비록 서로 다르지만, 만약 그것들을 일정한 원칙 아래 통합하여 함께 어우러지게 하고, 각각의 변화의 법칙을 확실하게 파악하여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그것들은 마치 수레의 바퀴살처럼 서로 잘 어울리고 서로 보완함으로써 전혀 부족함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8가지 문체의 풍격들을 모방하는 가운데 자기 나름의 배움의 방향을 분명하게 확정해야 한다. 그래서 각자가 가진 성정과 기질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연마해야함이 마땅하다. 문학의 지침은, 바로 이러한 도(道)를 사용하는 것이다.

찬한다. 재능과 성격은 사람마다 서로 구별되는 것이어서, 언어의 표현 방식 역시 그 변화가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언어 표현이 사람의 근육이나 피부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사상과 감정은 그 사람의 골수(骨髓)에 해당된다. 이는 고대 예복의 빛깔과 무늬가, 단정하고 우아함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붉은 색과 자줏색으로 지나치게 교묘한 기교 부림은, 혼탁한 색깔과 모호한 무늬만 음습하게 드러낼 뿐이다. 배움과 익힘에 참된 것을 집중한다면, 효능은 그 노력 여하에 따라 점점 발전하게 될 것이다.

-유협(劉勰, 465~521), 문심조룡(文心雕龍) 제 27장 체성(體性)-

▲번역글 참조: 번역은 『
문심조룡(文心雕龍), 유협 저, 이관용· 김정은 역, 올재클래식스, 2016』 을 바탕으로 하였다. 비록 지극히 개인적인 이해와 배움의 차원에서 원문과 비교하며 나름 이해하는 글로 다시 정리했지만, 다른 이의 번역글을 100% 도움글로 삼았기에 표절이라해도 딱히 할 말은 없다. 굳이 이런 수고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용이 생각을 많이 요하는 글인 까닭에, 원문을 찾아 원래의 뜻을 비교해봐야할 정도로, 맥락상 어색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들이 나름 많았기 때문이다.

※참조:표준국어대사전
1, 문체(文體)
①문장의 개성적 특색. 시대, 문장의 종류, 글쓴이에 따라 그 특성이 문장의 전체 또는 부분에 드러난다. ‘글투’로 순화. ≒글체.
②문장의 양식. 구어체, 문어체, 논문체, 서사체 따위가 있다.
③한문의 형식. 논변(論辯), 서발(序跋), 주의(奏議) 따위가 있다.
2. 문채(文彩/文采)
①아름다운 광채. ②무늬 ③문조(文藻)=문장의 멋
3. 풍격(風格): ①사람의 풍채와 품격. ②물질적, 정신적 창조물에서 보이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면모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