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다산 정약용

[고전산문] 배움이란 무엇인가 / 정약용

優拙堂 2018. 9. 29. 18:50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이라는 것은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릇된 점을 깨닫는 것이다. 그릇된 점을 깨닫는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바른 말에서 깨달을 뿐이다.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쥐를 가리켜 옥덩이[璞, 옥돌 박]라고 말하였다가 이윽고 이를 깨닫고서 말하기를 ‘이것은 쥐이다. 내가 말을 잘못하였다.’ 하고, 또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말하였다가 이윽고 이를 깨닫고서 말하기를 ‘이것은 사슴이다. 내가 말을 잘못하였다.’ 한다. 그리고 이미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나서 부끄러워하고 뉘우치고, 고쳐야만 이것을 배움이라 하는 것이다.

자기 몸가짐 닦는 것을 배우는 사람은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말라.’ 하는데, 글 짓는 것을 배우는 사람도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말아야만 배움에 진전됨이 있을 것이다. 멀리 궁벽한 곳에 있는 사람은 글을 배운다는 것이 다 남에게서 전해 들을 뿐이라 거짓되고 어그러진 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승이 한 모서리를 들어주면 제자는 나머지 세 모서리를 다 들어올려야 하고, 한 가지 가르침을 받으면 열 가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책무이다.

말을 다하자면 한이 없으므로 대강만 들어 말한 것이지, 그른 점이 이 정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가경(嘉慶) 기묘년(1819, 순조 19) 겨울에 철마산초(鐵馬山樵)는 쓴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 '아언각비 서문(雅言覺非序)', 다산시문집 제12권 / 서(序)-

▲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윤태순 양홍렬 이정섭 (공역) | 1983

※[옮긴이 주]

아언각비(雅言覺非)는 1819년(순조 19) 정약용 선생이 지은 책이다. 3권 1책으로, 당시에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던 말과 글 가운데서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을 골라, 문헌을 상세히 검토하여 그 참뜻과 어원을 밝히고, 아울러 용례를 들어 합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