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혜강 최한기

[고전산문] 바른 것을 해치는 사람 / 최한기

優拙堂 2018. 9. 29. 18:51

바른 것을 해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사악(邪惡)으로 몰고 자신은 정당하다고 자처(自處)하며, 나아가 동류를 불러모으기를 입김을 불러모아 산을 움직이고 모기 소리를 모아 천둥을 이루듯 한다. 비록 상대가 정당한 것을 알아도 기어코 마멸(磨滅, 갈려서 닳아 없어짐)하려 하고, 자신이 정당치 않은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옛 일을 증거로 끌어댄다.

민간의 포폄(褒貶, 시비의 선악을 가려서 칭찬하거나 나무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세의 시비를 생각하지 않으며, 목전의 승부로 사생(死生)을 겨루고 도당을 옹호하고 기치(旗幟, 떤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태도나 주장)를 세우는 것으로 상공(上功)을 삼아, 민심(民心)에 거슬리면 천토(天討, 왕의 군대가 직접 나서서 처단하고 토벌함)의 벌을 받고 바른 사람을 해치는 것이 도리어 바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것임을 전혀 모른다.

당시 사람은 울분을 품고 후세에는 공론이 격분하여, 소선(小善)이 대선(大善)이 되고 소악(小惡)이 대악(大惡)이 되며, 악과 관계 없는 자도 함께 악으로 돌아가고 선과 관계 없는 자도 함께 선으로 돌아가 천백세(千百世)에 유전(流傳, 널리 전파됨)되리니, 어찌 생전 수십 년(十數年)의 일로 악명(惡名)을 무궁한 후일에까지 남기는 것인가. 구하는 것은 잠시의 이익일 뿐이나 얻는 것은 천세(千世)의 해독일 것이니, 이것은 모두 식견이 천단(淺短,지식이나 생각 따위가 얕고 짧음)한 때문이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인정 제2권 / 측인문 2(測人門二) - 총론(總論)』-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이기석 (역) |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