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형암 이덕무

현명한 사람도 피할 수 없는 것

優拙堂 2017. 12. 20. 11:28

고매한 사람이 속인(俗人)을 대하면 졸음이 오고, 속인이 고매(인격이나 품성, 학식, 재질 따위가 높고 훌륭함)한 사람을 대해도 졸음이 오는 것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인데, 속인이 조는 것은 비루하여 말할 것이 없거니와 고매한 사람이 조는 것은 어찌 그리 마음이 협소한지. 만일 참으로 고매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졸지 않을 것이니, 왜냐하면 능히 남을 용납하기 때문이다.

한(漢) 나라 문장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은 용납했고, 송(宋) 나라 문장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배척했고, 명(明) 나라 문장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또한 꾸짖거나 원수처럼 여긴 사람도 있었으니, 원미(元美)의 무리는 업신여긴 사람들이고 중랑(中郞 원굉도(袁宏道))의 무리는 꾸짖은 사람들이며 수지(受之 전겸익(錢謙益))의 무리는 원수처럼 여긴 사람들로서, 세도(世道)의 고저를 볼 수 있다.

양두사(兩頭蛇, 머리가 둘인 독사)와 구미호(九尾狐, 꼬리 아홉달린 여우)는 천하에 지극히 악한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피할 수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은 잡아죽일 수 있다. 

오직 몸에는 의관을 꾸미고 입으로는 글과 역사를 곧잘 말하는 참부(讒夫 터무니없는 말로 남을 해코지하고 해치는 사람)에 있어서는, 현명한 사람도 피하지 못함은 그 참부의 유언비어 때문이니, 유언비어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용기있는 사람도 잡아죽일수 없음은 포(葡, 포도 포)가 여럿이기 때문이니(以其葡數人類, 즉 유언비어가 포도넝쿨 또는 포도처럼 여러 갈래로 뻗쳐 알알이 맺히듯이 그것을 단순히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때문에) , 인류(人類)를 어떻게 하나하나 함부로 죽일 수 있겠는가.

-이덕무(李德懋, 1741~1793),『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제49권/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2』 중에서 부분 발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김주희 (역) ┃ 1980

『“小人을 방비하는 도(道)는 자기 몸을 바로잡음이 우선이다.” 소과괘(小過卦) 구삼효사(九三爻辭)의 전(傳)이다. 소인(小人)을 대하는 도(道)는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하여야 하니, 자기가 바름에 한결같으면 저가 비록 간사하고 속이나 장차 탈 만한 틈이 없을 것이다. 기타 우환(患難)을 막는 방도(方道)가 모두 자기 몸을 바르게 함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근사록집해, 제10권 정사(政事))

“곧은 자를 기용해서 굽은 자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만들 수 있다.(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논어 , 안연(顔淵)편》

"쑥이 삼밭 속에서 자라면 붙들어주지 않아도 곧아지고(蓬生麻中 不扶而直), 흰 모래가 개흙 속에 있으면 그와 함께 모두 검어진다(白沙在涅 與之俱黑)"《순자 , 권학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