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경보설(敬父說)

우봉(牛峯) 이군(李君)이 스스로 양직(養直)이라고 이름 붙이니, 그의 우인(友人)인 마읍(馬邑 한산(韓山) )의 이운백(李云白 가정(이곡)의 초명(初名) )이 불곡(不曲)이라고 자를 지어 주었다. 어떤 사람이 이를 문제 삼아 말하기를, “직(直, 곧을 직)에 대해서 불곡(不曲, 굽히지 않음)이라고 말한다면, 논리로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직의 의미가 어찌 이 정도로만 그치겠는가. 대저 사물의 이치란 한 번 곧게 펴면 한 번 굽혀야 하는 법이니, 곧게 펴는 하나만을 고집해서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천지처럼 거대한 것 역시 움직일 때도 있고 고요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장차 몸을 펴기 위함이다.〔尺蠖之屈 以求伸也〕’라고 한 것이다. 굽히기만 하고 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