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분수를 알고 마음을 지키는 사람
Posted by 優拙堂
이장 대재(李丈 大載)씨가 면천(沔川)에서 나의 해장정사(海莊精舍)에 들러 담소하다가 청하기를, “내가 면천에서 객지 생활을 한 뒤로 일찍이 개밋둑이나 달팽이 껍질 같은 집이라도 나 하나 살 만하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야 안간힘을 쓴 끝에 비로소 겨우 들어가 살 만한 소옥(小屋)을 갖게 되어 건조하고 습기찬 것과 춥고 더운 것을 피할 수 있게끔 되었다. 이 집이 비좁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긴 하나 나의 거처로는 안성맞춤이라서 내 입장에서는 대궐 이상으로 느껴지기만 한다. 내가 일찍이 통인(通人 박람다식(博覽多識)한 인물) 권여장(權汝章 권필(權韠))의 말을 들어 보건대 ‘나의 밭을 갈아 먹고 나의 샘을 파서 마시며 내 천명을 지키면서 내 생애를 마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