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졸(拙)이라는 글자에 담긴 뜻(용졸당기)

백마강(白馬江)이 서남쪽으로 흐르다가 가림군(加林郡) 남쪽 지점에 이르러 남당강(南塘江)이 되는데, 이 강 연안에 당우(堂宇) 한 채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산림이 울창하게 우거진 데다 너른 들판 또한 볼 만한 경치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이 집이 바로 민 관찰 사상(閔觀察士尙,사상은 민성휘(閔聖徽)의 자(字)임)씨의 별장(別莊)이다. 사상이 호남에서 치서(馳書, 급히 보낸 편지)하여 나에게 부탁하기를, “내가 세상살이에 서툰 것으로 말하면 비둘기* 정도일 뿐만이 아니다. 벼슬살이 20년에 왕명을 받들고 방백(方伯)이 되기까지 하였는데, 달팽이 껍질 같은 집이라도 몸을 가릴 만한 처소 하나 여태 마련하지를 못하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영남 지방의 관찰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비로소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