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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운다는 것에 대하여

이른바 ‘몸을 닦음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달려 있다.’는 말은, 마음에 성내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며,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근심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 대학 7장 원문 일부생략)의(意 뜻, 생각)는 안에서 발동하니, 선과 불선의 기미가 있을 뿐이다. 마음의 네 가지 병*은 일에서 형성되어 밖으로 드러난다. 순 임금ㆍ문왕ㆍ공자ㆍ맹자 같은 분들은 의가 성실하지 않음이 없으니, 화낼 만하여 화냈고, 두려워할 만하여 두려워했으며, 좋아할 만한 것을 좋아했고, 근심할..

두려워하는게 없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상등(上等)인 사람은 자기 마음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에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엔 남을 두려워한다. 최하인 자는 두려워하는 게 없다. 마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차마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감히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며, 남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릇된 일을 할 수 없다. 두려워하는 게 없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못하는 짓이 없던 사람 중에 큰 자로는 왕망(王莽)과 양광(楊廣)*이 있고, 작은 자로는 조고(趙高)와 이임보(李林甫)*가 있다. 더 작은 자는 남의 집 담장을 뚫거나 넘어가 도둑질하는 자이고, 더 작은 자는 음식을 탐내는 사람이다. 부끄러움(恥)은 사람에게 중대하다. 군자는 성인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성인은 하늘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보통 사..

보고 아는 것은 본디 나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은 사람들이 입만 열면 좋다고 하는데, 과연 모두 풍월을 진실로 아는 것일까. 황 태사(黃太史 황정견(黃庭堅))*는 주무숙(周茂叔 주돈이(周敦頤) 주희)에 대해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고 표현했는데,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곧장 풍월(風月)이라고 말하지 않고 굳이 양류오동(楊柳梧桐 버드나무와 오동나무)*이라 했으니, 분명 진실로 알고 마음에 터득한 것이 있었으리라. 버드나무와 오동나무는 나무 중에서 덕(德)의 모습이 있는 나무이다. 버드나무가 아니면 바람이 광풍(光風)이 될 수 없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달이 제월(霽月)이 될 수 없다. 광풍제월이 아니면 도(道)가 있는 사람의 가슴속 기상을 표현할 수 없다. 노직(魯直 황정견) 같은 사람이 아니면 광풍제월이라는 말을 통해서 무..

소인배(小人輩)의 모습(陽貨篇 양화편

공자가 말하였다. “얼굴빛은 위엄이 있으면서 마음이 유약한 것을 소인에게 비유하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적과 같을 것이다.”〔子曰 色厲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窬之盜也與〕 ‘임(荏)’ 자에 대해 유약(柔弱, 부드럽고 연약함)이라고 글자풀이를 하였는데 요사스럽고 교활하다는 뜻이 있다. 글자 모양이 ‘초(艹)’ 자 아래 ‘임(任)’ 자를 붙인 것이다. 초(草)는 유약하다는 뜻이고, 임은 공임(孔任)의 뜻이다. 이는 말과 얼굴빛을 좋게 하며 아첨하고 아양을 떠니 한갓 유(柔)한 일이다. 《주역》에서 음유(陰柔, 겉으로는 유순하지만 속이 검은 것)를 소인으로 설정하였다. 대체로 소인이면서 강단(剛斷)이 없는 자는 매사를 남에게 구하고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 제아무리 사나운 고집으로 스스로 도취해 자랑하더라도 끝내..

자신에게 죄를 지으면 용서를 빌 곳이 없다

옛날에 장주(莊周 장자(莊子))가 그림자가 말을 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괴이하다고 했고, 미불(米芾)이 ‘돌 어른〔石丈〕’이라고 부르자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그림자는 말을 하지 않고 돌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매화와 말하면서 매화를 ‘군(君)’이라고 하니, 나는 과연 괴이하고 미쳤단 말인가. 군자는 괴이하고 미친 짓을 하지 않으니, 나는 과연 군자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장주와 미불이 소인이 아니니, 나는 과연 장주와 미불 같은 사람이란 말인가. ‘매군(梅君)’과 더불어 말한 것을 ‘연어(然語)’라고 이름 붙이니, 사람들이 나를 괴이하고 미쳤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나로 하여금 괴이하고 미치게 하는 자는 또한 누구인가. - 이상은 제사(題辭, 머리글로 ..

사단칠정에 대하여

이(理)와 기(氣)는 비록 하나의 사물이 아니지만, 또한 두 가지 사물도 아니다. 기(氣)라고 말하자마자 이(理)가 있고, 이(理)라고 말하자마자 기(氣)가 있으니, 원래 기에서 분리된 이(理)가 없고 또한 이에서 분리된 기(氣)가 없다. 전(傳)에 이른 바 “기(氣)로 형체를 이루고 이(理) 또한 부여된다.”라는 것은 형체를 이룬 기(氣)가 홀로 행하여 스스로 이루고 이(理)가 금세 그 안에 타고 들어가 마치 소씨(蘇氏)가 '집은 사람의 몸이고 달은 사람의 본성'이라고 한 말과 같은 것이 아니다. 기(氣)가 형체를 이룰 수 있는 까닭은 원래 이(理)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니, 이(理)가 스스로 이와 같기 때문에 이처럼 스스로 형체를 이루고 성(性) 역시 이와 같다. 이미 성(性)이 있어 감응에 따라 움..

원권(原權 ): 권도에 대하여

권(權)은 저울대에 추를 맞추는 명칭으로, 추이(推移 무게에 따라 눈금이 옮겨 간다.)하는 물건이다. 저울에 아직 물건이 없을 때에는 저울추가 정해진 눈금에 있어 저울대와 수평이 되니 바른 것 중의 바름이다.(이는 태극(太極)의 진(眞)이고 천만 가지에 대한 하나의 이치이며, 조화의 근본이고 인성(人性)의 근본이다.) 저울에 물건을 올릴 적에 물건의 무게가 1근이면 저울추가 1근으로 옮겨 가서 저울대가 1근과 수평을 이루면 바름이 된다. 물건의 무게가 2, 3근이면 저울추가 2, 3근으로 옮겨 가서 저울대가 2, 3근과 수평을 이루면 바름이 된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 옮겨 바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 분량(分量)을 옮겨 바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바르게 되는 이유는 애초 정해진 저울 눈금이 한 ..

개 돼지보다 못한 자

공자가 말하였다.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자와 가장 어리석은 자는 변화시킬 수 없다.”(子曰 唯上知與下愚 不移) 어리석고 몽매하여 꽉 막힌 자는 당초 하늘에서 타고난 기(氣)가 지극히 탁하고 못나서 개나 돼지, 벌레들과 별반 차이가 없고, 오히려 말이나 소의 지각보다도 못한 자가 있다. 이들은 애당초 사람의 도리로써 슬기로운지, 어리석은지 그 부류조차도 논할 수가 없다. 이른바 ‘하우(下愚, 매우 어리석고 못남)’는 폭군인 걸주(桀紂) 및 나태한 부류이다. 지금 걸주에게 따져 묻기를 “너는 하우이다.”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 이처럼 하우란 진정 싫어하는 대상이다. 만일 싫어한다면 어찌하여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싫어할 줄만 알고 어리석음을 없앨 방도를 생각하지도 않으니, 참으로 하우이다..

참된 사람이어야 참된 사물을 알아본다

만물에는 진짜도 있고 비슷한 것도 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이면서 진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어지럽힐 뿐만이 아니다. 진짜는 하나이지만 가짜는 백이니, 이를 어찌하겠는가. 사람의 사이비는 오직 순(舜)이 알고, 곡식의 사이비는 기(棄 후직(后稷))가 알며, 풀의 사이비는 신농(神農)이 안다. 그들이 알고서 버리고 취할 것을 판단해 주었기 때문에 망하지 않았고, 천하가 굶주리지 않았으며, 만민이 병들거나 요절하여 죽지 않았다. 그래서 거룩하며 신령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어야 참된 사물을 알아본다. 순이 아니면 어떻게 우(禹)를 알아보았겠으며, 후직(后稷)이 아니면 어떻게 벼나 기장을 알아보았겠으며, 염제(炎帝)가 아니면 어떻게 인삼과 백출(白朮)을 알아보았겠는가. 천지가 생긴 지 오래되었는데, ..

군자의 부(富)귀(貴)존(尊)영(榮)

더 이상 구할 것이 없는 것이 부(富)이고, 굽힐 데가 없는 것이 귀(貴)이다. 사람들이 모두 경애하고 추대하는 것이 존(尊)이고, 사람들이 감복하며 명예롭고 빛난다는 것이 영(榮)이니, 이것이 군자의 부ㆍ귀ㆍ존ㆍ영이다. 재물을 쌓아 두고 부(富)라고 여기고, 작위가 높은 것을 귀(貴)라고 여기고, 과시하며 뻐기는 것을 존(尊)으로 여기고, 사치와 방만을 영(榮)이라고 여기니, 이것이 소인의 부ㆍ귀ㆍ존ㆍ영이다. 소인의 부와 존은 더러는 중도에서 망가져서 몸이 죽는 데 이르기도 하지만, 군자의 부와 영은 이와 다르다. 사람의 힘으로 빼앗을 수 없고, 몸이 죽어도 끝내 없어지지 않는다. 크게는 천지(天地)와 함께 항상 존재하고, 작아도 수천 년, 수백 년 이상 간다. 이를 소인의 부ㆍ귀ㆍ존ㆍ영과 비교하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