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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용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취하는 어리석음

상(相 용모(容貌)를 말함)은 익히는 것[習]으로 인하여 변(變)하고, 형세는 상(相)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데, 그 형국(形局,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상태)이다 유년(流年, 해마다보는 사주, 즉 사주팔자)이다의 설(說)을 하는 사람은 거짓이다. 아주 어린아이가 배를 땅에 대고 엉금엉금 길 적에 그 용모를 보면 예쁠 뿐이다. 하지만 그가 장성해서는 무리가 나누어지게 되는데, 무리가 나누어짐으로써 익히는 것이 서로 달라지고, 익히는 것이 서로 달라짐으로써 상(相)도 이로 인해 변하게 된다.(옮긴이 주: 사람의 상相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그 용모를 보고 사람을 이러쿵 저러쿵 판단하는 결정론적 사회 통념을 비판하고 있다) 서당(書堂)의 무리는 그 상이 아름답고, 시장(市場)의 무리는 그 상..

[고전산문] 문장은 외적인데서 구할 수 없는 것

문장학(文章學)은 사도(斯道 유교의 도리와 도덕)의 큰 해독이다. 이른바 문장이란 어떤 것인가. 문장이라는 것이 허공에 걸려 있고 땅에 펼쳐져 있어 바라볼 수 있고 달려가 잡을 수 있는 것인가. 옛사람은 중화(中和, 온화함과 조화로움을 마음의 중심에 두는 것)와 지용(祗庸, 공손한 가운데 상식적인 도리를 지키는 것, 즉 떳떳하고 당당함)으로 인격을 수양하고 효제(孝悌)와 충신(忠信)으로 행동을 성실히 하였다. 또 시서(詩書)와 예악(禮樂)으로 기본을 배양했고 《춘추(春秋)》와《역경》의 상사(象辭, 기록된 것을 미루어 현상을 헤아림)로 사변(事變 천지만물의 변화, 천재지변 등)을 통달하여 천지의 올바른 이치와 만물의 갖가지 실정을 두루 알았다. 그리하여 마음속에 축적된 지식이, 대지가 만물을 짊어지고 대해..

[고전산문] 술수학(術數學)은 학문이 아니라 사람을 미혹하는 술책이다

술수학(術數學)은 학문이 아니라 혹술(惑術, 사람을 미혹하는 술책)이다. 한밤중에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고 뜰을 거닐면서 사람들에게, “형혹성(熒惑星, 화성)이 심성(心星,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붉은 빛을 띔)의 분야를 침범하였다. 이는 간신(奸臣)이 임금의 권세를 끼고 나라를 도모할 조짐이다.” 하기도 하고, 또, “천랑성(天狼星, 시리우스, 눈으로 볼 수 있는 항성중에 가장 밝음)이 자미성(紫微星, 북두칠성중 가장 밝은 별)을 범하였다. 내년에는 틀림없이 병란(兵亂)이 있을 것이다.” 하기도 하고, 또, “세성(歲星, 목성)이 기성(箕星, 옛 별자리 29개 중에 동쪽 7개의 별자리중 하나로 4개의 별이 마치 곡식을 터는 키처럼 보임. 바람을 주관한다고 보았음)의 분야에 와 있다. 우리나라가 이 때문에 ..

[고전산문] 시(詩)라는 것은 뜻을 말하는 것

도연명의 감피백하시(感彼柏下詩)를 보면 평소 혜원(慧遠, 진나라 때 유학 에 정통했던 승려)의 현론(玄論, 사물의 근원을 따지는 논의)을 얻어 들은 걸 알겠으며,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를 보면 당시 늘 참료자(參寥子, 송(宋)의 시승(詩僧) 도잠(道潛)의 호. 오잠인(於潛人))와 운치있는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봄바람이 불어 초목이 싹트고 범나비가 홀연히 방초에 가득 모여들때면, 승려 몇사람과 함께 술을 가지고 옛 무덤 사이를 노닐었다. 무덤들이 연달아 총총히 있는 것을 보고는 술한잔 따라 붓고 나서 말하였다. "무덤 속의 사람들이여 이 술을 마셨는가? 옛날 세상에 있을 때 송곳 끝만한 이익을 다투고 티끌같은 재물을 모으느라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애쓰고 허덕허덕하며, ..

[고전산문] 원정(原政): 정치란 무엇인가?

정(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토지의 이택(利澤)을 겸병(兼幷)하여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토지의 이택을 받지 못하여 빈한하게 살 것인가. 이 때문에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풍요로운 땅이 많아서 남는 곡식을 버릴 정도이고, 또 누구는 척박한 땅도 없어서 모자라는 곡식을 걱정만 해야 할 것인가. 때문에 주거(舟車)를 만들고 권량(權量)의 규격을 세워 그 고장에서 나는 것을 딴 곳으로 옮기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삼켜서 커지고, 누구는 연약한 위치에서 자꾸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