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서기(風棲記): 세상 어디서나 바람은 분다
Posted by 優拙堂
석릉자(石陵子 김매순)가 미수(渼水) 가의 파손된 집을 구해 수리하고서 거기에 거처하였다. 집은 본디 사랑방이 없었는데 중문(中門) 오른쪽에 기둥 셋을 세우고 그 반을 벽을 치고 방을 만들었다. 흙을 발라 놓긴 했지만 잘 고를 틈이 없고 나무는 톱질은 했어도 대패로 다듬을 겨를이 없었다. 기와, 벽돌, 섬돌, 주춧돌, 금속, 철재 등 집에 부속되는 것은 일체의 비용을 덜고 일을 빨리 하여 화려하고 견고한 것은 꾀할 겨를이 없었다. 터는 우뚝하고 처마는 나지막하게 위로 들려 있고 창문 하나에는 종이를 발라 울타리를 겸해 놓아, 바라보면 마치 높은 나무에 지어 놓은 새집처럼 간들간들 떨어질 것만 같다. 일하는 자가, “바깥 문을 만들지 않으면 바람 때문에 고생할 것입니다.”하여, 석릉자가 그렇겠다고 하였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