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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뜬구름을 생각하는 까닭은 / 이색

화엄종의 중 의공(宜公)이 저번에 나에게 시(詩)를 보내 왔다. 그 시를 음미하고 나는 시 잘 짓는 중을 만났다고 생각하였다. 서로 헤어진 지 오래되었더니 옥천사(玉泉寺)에 머무르면서 나에게 수백 마디의 말을 쓴 편지를 부쳐 왔다. 뜻하는 바와 표현이 바로 문인(文人)과 더불어 거의 차이가 없었다. 나는 곧 의공(宜公)이 시문(詩文)에 뜻이 매우 두텁다는 것을 알았다. 만나서 그의 말을 듣고 싶은 지 오래였다. 금년 여름에 서울로 찾아와서 말하기를, “나는 구름(雲)으로 나의 마룻방의 이름을 붙였으니, 선생의 기문을 청합니다.” 하였다. 내가 이미 그의 논의를 들으려고 하였으므로 곧 운헌(雲軒)이라고 이름을 지은 뜻에 대해 묻기를, “공은 어찌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의 장애를 받아..

[고전산문] 한갓 문장만을 가지고서 그 사람됨을 인정할 수 없는 일 / 이색

맹자(孟子)가 상우(尙友 옛사람과 벗하는 것)에 대해서 논하여 말하기를, “그의 시를 낭송하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도 그의 사람됨을 모른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래서 그의 당세의 삶을 논하게 되는 것이다.(맹자, 萬章下)” 라고 하였는데, 문장을 논할 때에도 이와 같이 해야 마땅하다고 내가 일찍부터 생각해 왔다. 문장이란 사람의 말 가운데에서도 정련(精鍊, 정성들여 고르고 다듬고 잘 훈련함)되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이라는 것은 모두가 꼭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일을 행한 실상을 모두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와 양자운(揚子雲 양웅(揚雄)), 그리고 당(唐)나라의 유종원(柳宗元)이나 송(宋)나라의 왕안석(王安石) 같..

[고전산문] 문장짓는 법

어떤 사람이 문장을 짓는 법에 대해서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꼭 말해야 할 것만 꼭 말하고, 꼭 써야 할 용례(用例)만 꼭 쓰도록 하라. 그러면 된다.” 하였다. 그다음에 대해서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말하는 내용이 심원(深遠 쉽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한 것일 때에는 더러 비근(卑近 주위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알기 쉬운)한 내용으로 보충하고, 적용하는 용례가 현실과 거리가 있을 때에는 더러 정상적인 용례와 비슷하게 맞도록 하라.” 하였다. 그다음에 대해서 또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꼭 말해야 할 내용이 아닌데도 말을 하거나 꼭 적용할 용례가 아닌데도 적용하려 한다면, 또한 황당하게 되지 않겠는가.” 하였다. 무엇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느냐고 묻자, 선생이 이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