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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버려두면 돌이요 사용하면 기물이다

여종이 밭에서 땅을 파다가 흙덩이 같은 한 물건을 얻었다. 두드려 보니 돌 소리가 나기에 흙을 벗기고 이끼를 긁어내니 작은 돌솥이었다. 자루는 3촌(寸) 길이이고 용량은 두 되 남짓 되었다. 모래로 문지르고 물로 씻어내니, 광택이 나고 깨끗한 것이 사랑스러웠다. 내가 자리 곁에 두게 하고 차와 약을 달이는 도구로 삼았으며, 때로 손으로 어루만지며 장난삼아 말하기를, “돌솥아, 돌솥아. 하늘과 더불어 돌이 된 지가 몇 해이며, 솜씨 좋은 석공이 다듬어 솥으로 만들어 인가에 사용된 지는 또 몇 해인가. 흙 속에 묻혀 세상에 쓰이지 못한 지 또 몇 해 만에 이제 내 손에 들어왔느냐. 아! 돌이란 것은 사물 중에서 가장 천하고 둔한 것인데도 세상에 숨겨지고 드러나는 데에 운수가 없을 수 없는 것이 이와 같다. ..

[고전산문] 남을 권면하기는 쉽고 자신을 권면하기는 어려운 법

필(韠)은 사룁니다. 보내온 서찰에서 저를 허여(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줌)함은 너무 지나치고 저를 책망함은 참으로 타당하니, 감히 묵묵히 있을 수만은 없어 대략 속마음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저는 타고난 성품이 소탄(疏誕, 태생적으로 얽매임이 없고 자유로움)하여 세상 사람들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대광실 큰 집을 만나면 반드시 침을 뱉고 지나갔으며, 누추한 거리에 초라한 집을 보면 반드시 배회하고 돌아보며 곡굉음수(曲肱飮水,팔뚝을 굽혀 베개로 삼고 배고프면 물을 마신다는 뜻, 즉 가난할지라도 분수를 알고 양심을 지키는 의로운 삶을 의미, 논어 술이에 나옴)하면서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 사람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매양 고관대작으로서 온 세상이 어질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종놈처럼 비루하게 여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