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껍데기에서 나를 찾아 본들 / 박지원

영처자(嬰處子 이덕무(李德懋) )가 당(堂)을 짓고서 그 이름을 선귤당(蟬橘堂)이라고 하였다. 그의 벗 중에 한 사람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대는 왜 어지럽게도 호(號)가 많은가. 옛날에 열경(悅卿, 김시습)이 부처 앞에서 참회를 하고 불법을 닦겠다고 크게 맹세를 하면서 속명(俗名)을 버리고 법호(法號)를 따를 것을 원하니, 대사(大師)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열경더러 이렇게 말을 했네. ‘심하도다, 너의 미혹됨이여. 너는 아직도 이름을 좋아하는구나. 중(승려)이란 육체가 마른 나무와 같으니 목비구(木比丘)라 부르고 마음이 식은 재와 같으니 회두타(灰頭陀, 행각승)라 부르려무나. 산이 높고 물이 깊은 이곳에서 이름은 있어 어디에 쓰겠느냐. 너는 네 육체를 돌아보아라. 이름이 어디에 붙어 있느냐? 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