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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과 식견

현곡(玄谷) 조위한(趙緯韓)*이 일찍이 여러 사람과 한자리에 모였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보다 먼저도 아니요 우리보다 뒤지지도 않았네(不自我先不自我後)*.”라는 말을 인용하여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났음을 탄식하자, 현곡은 “이 난리가 우리보다 먼저 났으면 우리들의 조상이 당했을 것이요, 우리보다 뒤에 났으면 우리들의 자손이 당할 것이니, 차라리 우리들이 이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대처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니, 논평하는 자들이 이치에 통달한 말이라고 하였다. 또 학사(學士) 한 사람이 책을 절반도 보기 전에 땅에 던지면서 탄식하기를 “책을 덮으면 곧바로 잊어버리니 본들 또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라고 하자, 현곡은 “사람이 밥을 먹으면 항상 뱃속에 머물러 있지는 않으나 그 영양분(營養分)이 또한 몸을 윤..

역사책을 읽어내는 방법

고대의 역사(춘추시대)는 선과 악을 공정하게 똑같이 다루었지만(古史善惡 고사 선악), 후대의 역사는 그렇지 못하다. 춘추 시대(春秋時代)에는 혹 사람의 언어(言語)와 지위가 매우 높아서 후세 사람으로서는 미칠 수 없었다. 그러나 행사할 시기에 이르러서는 심히 해괴함이 있어서 후세의 역사와 조금 같지 않다. 그때는 왕택(王澤)이 아직 다하지 않고 순박한 풍속도 오히려 남아 있었는데 인사의 선(善)하지 못함이 도리어 후세만도 못했음은 어째서일까? 이는 후세의 선함이 옛날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곧 이는 공심(公心)으로 쓰고 저는 사심(私心)으로 썼기 때문이다(이는 공자로 대표하는 춘추시대 의 역사기록자들이 사실만을 공정하게 그대로 기록했고 그 이후로는 그렇지 못함을 의미). 역사란 것은 선을 권장하고 악을 ..

군자 존심(君子存心): 군자의 자존심

유(類)를 미루어 의(義)의 정밀한 곳까지 이른다면 나의 소유가 아닌데 취하는 자는 모두 도둑인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천한 자를 대하는 데에는 이와 같이 일례(一例)로 책비(責備,남에게 모든 일을 다 잘하도록 요구함)할 수 없지만, 군자의 마음가짐(君子存心)은 스스로 꺼림칙하게 여기는 바가 없어야 한다.나라에 벼슬하는 자가 의(義) 아닌 재물을 백성에게 취하는 것은 도둑 가운데서도 우심(尤甚 정도가 더욱 심함, 즉 악질적인)한 도둑이다. 가난한 백성들이 부지런히 일하여 재물을 모은 바 그 온 가족의 목숨이 여기에 달렸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빼앗는다면 도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근래 흉년이 들었는데, 시골의 형편을 살펴본다면 가혹한 조세에 시달려 굶주려 죽는 자가 잇달았으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

옛날의 성현(聖賢)도 사람이다. 성현이 할 수 있었던 일 가운데 한 가지 일을 내가 만약 전심(專心)으로 흠모하여 본받는다면 서로 비슷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 것이니, 두 가지 세 가지 일에 이르더라도 어찌 대번에 전혀 미치지 못하겠는가. 일마다 성현과 비슷하기를 바라는 것을 가리켜 “뜻이 크다.”라고 하는데, 뜻이 크면 내가 성현과 비슷한 점이 많아지고 비슷하지 않은 점은 적어진다. 스스로 한계를 그은 사람치고 성현과 비슷해진 사람은 없었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뜻이 작은 것을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다. 학문은 사유(思惟)를 근원으로 삼는다. 사유하지 않으면 터득하는 것이 없으니, 해야 할 일을 행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고, 그 까닭을 ..

오릉의 부류: 가치가 전도된 삶을 사는 사람들

공자는 말하기를 “자기를 따져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엄중하게 하고, 남을 책하는 것은 가볍게 한다.” 하였다. 이는 성현이 능히 감당하는 일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따위를 이성적인 의지로써 눌러 자기를 이겨내고자하는 결단의 용기가 있고, 남에게는 두루 감싸주고자 하는 인(仁)이 있기 때문이다. 범충선(范忠宣)은 말하기를 “남을 책하는 마음으로써 자기를 책하고, 자기를 용납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써 남을 용서하고 배려한다면, 성현의 지위에 도달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 하였는데, 이는 이미 주자(朱子)가 생각한 것을 거쳐서 나온 말이다. 즉 남을 책하는 마음으로써 자기를 책함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만약 자기를 용납하고 배려하는 것이 어설픈 사람이 자기를 용서하고 배..

지기(知己): 자기를 알아주는 참된 벗

예나 지금이나 친구를 말할 때에는 반드시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를 앞세운다. 무릇 친밀하게 사귀기를 아교(阿膠)와 칠(漆)같이 하는 자가 어느 세대인들 없겠는가만, 권세와 명리(名利)로써 사귀는 자가 더 많다. 그러므로, “삼대(三代) 이전에 친구를 논하는 이는 대부와 귀척들 사이에서 취하고, 삼대 이후에 친구를 논하는 이는 산림 초택(山林草澤)에 있는 선비와 농부ㆍ공장이ㆍ장사군 사이에서 구한다.” 는 말이 있다. 이는 성군의 세대에는 어질고 덕 있는 이가 반드시 높은 벼슬에 있고 말세에는 그와 정반대가 되는 때문이다. 관중이 처음에 포숙아와 함께 상업에 종사하여, 이익금을 분배할 때 이익을 많이 취했으나 포숙아가 탐욕이 있다 하지 않았고, 일을 도모하다 실패했으나 또한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으며,..

칠극(七克): 욕심이 곧 악은 아니다

《칠극》*은 서양(西洋) 사람 방적아(龐迪我)의 저술로 곧 우리 유교(儒敎)의 극기(克己)*의 논설과 같다. 그 말에 “인생(人生)의 백 가지 일은 악(惡)을 사르고 선(善)을 쌓는 두 가지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므로, 성현의 훈계는 모두 악을 사르고 선을 쌓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무릇 악이 욕심에서 생겨나기는 하나 욕심이 곧 악은 아니다. 이 몸을 보호하고 영신(靈神)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욕인데, 사람이 오직 사욕에만 빠지므로 비로소 허물이 생겨나고 여러 가지 악이 뿌리박는 것이다. 이 악의 뿌리가 마음속에 도사려, 부(富)하고자 하고, 귀하고자 하며, 일락(逸樂)하고자 하는 이 세 가지의 큰 줄기가 밖에 나타나고 줄기에서 또 가지가 생겨, 부하고자 하면 탐심(貪心)이 생기고, 귀하고자 하면 오..

불치하문(不耻下問)

문(文)이란 도(道)가 붙여 있는 것이다. 위에서 나타나는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은 천문(天文), 밑에서 나타나는 산천과 초목은 지문(地文), 이 천지 사이에서 나타나는 예악형정(禮樂刑政)과 의장도수(儀章度數)는 인문(人文)이라 하는데, 《주역》에 “인문을 보아 천하를 잘 되도록 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성인(聖人)은 여러 가지의 절도를 꼭 이치에 맞도록 하여 천하를 바른 길로 통솔하는 까닭에 “글로 가르친다[文敎].”고 했는데, 이는 문왕(文王)이 그렇게 했던 것이다. 공자(孔子)가 지위는 얻지 못했어도 오히려 목탁(木鐸)이 되어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가르친 결과, 도(道)가 다 없어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가졌기에 “문(文)이 여기에 있지 않느냐?[文不在茲乎]”고 하였으나 그 생각만은 역시 슬프..

육정 육사(六正六邪): 6가지 바른 것과 사악한 것

사마공(司馬公)의 간원제명기(諫院題名記)*는 읽고 경각심을 일으킬 만하다 하겠다. 그러나 ☞고려 김심언(金審言)의 말이 더욱 절당(切當, 사리에 꼭 들어맞음)한 것만은 못하다. 심언(審言)은 성종(成宗) 9년(990)에 《설원(說苑)》에 있는 육정(六正)ㆍ육사(六邪)라는 말을 인증하여 이경(二京)과 육관(六官)의 모든 기관, 또 12도(道)의 주현(州縣)의 각 관청 벽에다 그 글을 써서 붙이고 출입할 때마다 보고 반성하도록 하였다. 육정(六正)이란 무엇이냐 하면,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혼자서 흥망의 기미를 미리 알아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고귀한 자리에서 편히 앉아 있도록 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성신(聖臣)이요, 마음을 텅 비우고 뜻을 미리 정해서 착한 도리로 진언하여..

복선화음(福善禍淫)

하늘과 땅이 교합하여 태괘(泰卦, 땅이 아래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위치한 주역 64괘중의 하나, '상호 소통하는 어우러짐과 대동의 조화'를 의미함)가 되매 군자의 도(道)는 자라나고 소인의 도는 사라지니, 이는 성왕(聖王)의 세대에 사람이 하늘과 땅에 참여하여 삼재(三才, 하늘, 땅, 사람)가 된다는 것이다. 천도(天道)는 운행하고 지도(地道)는 생양(生養, 낳고 키우고 기름)하나 천지의 변화 생육(變化生育)을 돕는 것은 사람에게 있으므로 천지는 자연에 속하고, 과한 것은 억제하고 모자라는 것은 도와서 이루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다. 소와 말에 비유하건대, 다리가 넷이 있음은 천지의 조화요, 코를 뚫고 머리에 굴레를 씌우는 것은 사람의 공력이다. 그러나 다만 재량(裁量, 스스로 판단하여 처리함)하여 이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