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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환(讀書仕宦): 물욕이 마음에 걸려 있는 까닭에

어려서 배움은 커서 행하려는 것인데 글 읽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성현의 글을 읽고 의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다소의 견득(이치를 이해하고 깨달아 얻음)이 없겠는가? 그러나 예부터 현달하여 벼슬한 자로서, 평생에 배운 바를 그대로 시행한 자가 있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일을 실시할 때에 말할 때와 같게 못하고 또 남의 마음이 자기의 마음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위엄과 지체에 억눌리는 바가 되고, 혹은 여럿에게 꾀이기도 하며, 혹은 시세(時勢)의 협박도 받게 되고(이해관계에 연연하여 세상 눈치보기, 자기검열 등), 혹은 이욕의 구렁에 빠지기도 했으니, 이는 모두 욕심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물욕이 양심을 이김에 따라 양심이 옮겨지고, 양심이 옮겨짐에 따라 일이 제대로 되..

선악부정(善惡不定): 악하고 바르지 못한 품성에 대하여

공자가, “상지(上智, 보통사람보다 지혜가 매우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와 하우(下愚, 아주 어리석고 못남 또는 그런 사람)는 옮겨지지 않는다(唯上知與下愚 不移 유상지여하우 불이, 즉 '오직 선천적으로 매우 지혜로운 사람과 매우 어리석은 사람은 서로 바뀔 수 없다.' /논어 양화편).” 하였으니, 이 두 가지 품(品) 이외는 모두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옮긴이 주: 상지와 하우는 논어 계씨편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과 연결지어보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지겠다. “공자 왈, 나면서부터 이치를 아는 사람이 상등(上等)이고, 배워서 안 사람이 그 다음이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사람이 또 그 다음이니, 힘들다고 배우지 않는 그 사람이 바로 최하등의 사람이다.”) 매양 사람을 시험해 보면 중인(中人)의 성품은..

직언극간(直言極諫): 곧은 말로 극진히 간한다

사람의 언론은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것인데, 옳은 것을 옳다고 하면 듣는 자가 기뻐하고 말하는 자도 기분이 좋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즐겨 말하거니와,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면 듣는 자가 흔히 기뻐하지 않고 말한 자에게 해가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 논설은 반드시 아첨하는 데로 돌아가게 되니,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여서 바로 잡기를 바라는 것만 같지 못하다. 옳은 것을 옳다고 하여 기쁘게 하는 것도 사람을 그르칠까 두려운데 하물며 그른 것을 옳다고 칭찬할 수야 있겠는가? 개인 사이에도 그러한데, 하물며 조정((朝廷, 임금이 나라의 정치를 신하들과 의논하거나 집행하는 곳. 또는 그런 기구)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무릇 여러 나라를 살펴보건대, 옳은 것..

말을 할 때는 행할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

사마우(司馬牛)가 인(仁)을 묻자, 공자는 “인자(仁者)는 그 말이 참아지느니라(仁者其言也訒).”고 일러주었는데 사마우는 “그 말이 참아지면 그것을 인(仁)이라 이릅니까?” 하고 다시 물었다. 공자는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말이 참아지지 않겠는가?(爲之難言之得無訒乎, 논어, 안연편)”라고 말하였으니, 이것은 다만 말을 할 때는 행할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포함된 뜻이 넓지 않아서 곧 인(仁)에 꼭 맞지 않다. 대개 인자(仁者)는 자기(己)로써 남에게 미쳐서 남의 허물을 자기의 허물로 알아야 하는 것인데, 사마우의 사람됨을 상고(相考, 서로 견주어 고찰함)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자기를 책(責)하는 것은 가볍고 남을 책망하는 것을 중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가령 사마우가 남과 처지를 바꾸어 깊이 생각하..

먼저 깨닫고 대처함이 현명한 것

논하는 자들은 권모 술수를 쓰는 것은 손무자(孫武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을 부리는 것을 가리켜 권모술수라 한다. 그 정도(正道)를 버리고 기발하고 교묘한 계책(奇謀)에 집착하며, 의(義)를 등지고 상대를 속이는 기술(詐術)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도(正道)와 의(義)를 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권모술수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써야 할 상황이 있고, 또 반드시 사용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말에도, “남이 나를 속일 것을 미리 짐작하지 말아야 하고, 남이 믿지 않을 것이라 억측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지라도, 먼저 깨닫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고 하였다. 내가 아무리 정도를 지키더라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