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세한도 발문(歲寒圖 跋文): 진정한 벗

그대가 지난해에 계복의 『만학집 晩學集』과 운경의 『대운산방문고大運山房文庫』두 책을 부쳐주고, 올해 또 하장령이 편찬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120권을 보내주니, 이 모두는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천리 만리 먼 곳에서 사온 것이고, 또 여러 해에 걸쳐서 얻은 것이니, 한번에 가능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닌 까닭이다. 지금의 도도하고 각박한 세상 인심은 나도나도 권세와 이득을 쫒아 제 잇속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풍조가 온통 휩쓸고 있는데, 세상 풍조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책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 힘쓰기를 이처럼 애써 하면서도, 그대에게 권세와 이득을 보장해 줄만한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저멀리 초췌하게 야위고 초라한 이 사람에게 건네주기를 마치 세상사람들이 제 잇속을 챙기듯이 하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