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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입 있어도 말 않으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 있어도 말 않으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요(有口不言無口同)원한 있어도 풀지 못하고 가슴만 메우는데(有寃莫洩空塡胸)태양은 무슨 일로 청천 가운데 있는 걸까(白日何事靑天中)위에 하늘 아래는 땅 그 전부가 그물인데(上天下地爲網羅)활에다 주살에다 칼과 창까지 등장했으니 (弓弩畢弋兼刀戈)갈 곳 없는 새와 짐승 어찌 하란 말이더냐(飛走路絶其如何)꿈 같은데 꿈이 아닌게 인간 세상이요(似夢非夢人間世)취하지 않고도 취한 척 하는게 인간들이니(不醉而醉人間人)취했는가 꿈이런가 어느게 과연 진짜인가(醉兮夢兮誰是眞) -신흠(申欽,1566~1628년), '잡언삼구(雜言三句)'/(번역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양홍렬 번역)-

[고전산문] 두 갈래 길

내 소싯 적에 사서(史書)를 읽으면서, 옛 분들이 고난의 시기를 당하여서도 훌쩍 떠나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음을 보아왔는데, 아부 잘하고 속세에 푹 빠진 자야 말하잘 것도 없지마는 명현(사리가 밝고 어진 사람, 明賢 또는 名賢)이라는 이도 준사(俊士, 재주와 슬기가 매우 뛰어난 사람)ㆍ철인(哲人,품성이 어질고 사리에 밝은 사람)도 가끔은 그 오욕을 면하지 못한 이가 있었으며, 더러는 불결한 세상이 싫어서 매미처럼 청고하게 속세 밖을 떠돌면서 자기 자신을 세상 밖에다 내놔 버린 이도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취한 길은 비록 각기 다르지만 그들 세상살이가 불행했던 점은 같은 것으로 그 마음과 자취를 더듬어 볼 때 사실 슬픈 점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저으기 그 두 길을 놓고 혼자서 말을..

[고전산문]군자와 소인의 나뉨은 성(誠)과 위(僞), 실(實)과 명(名)의 차이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너는 군자유(君子儒, 자기를 수양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학문, 즉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는 사람)가 되고 소인유(小人儒, 남에게 보이려는 학문, 즉, 위인지학(爲人之學)을 하는 사람)가 되지 말아라.” 하였는데, 군자와 소인의 나뉨은 성(誠)과 위(僞), 실(實)과 명(名)의 차이에 불과할 뿐이다. 성(誠)이란 천리(天理)에서 발현되어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요 속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무 꾸밈이 없는 것이다. 말은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행동을 돌아보아야 하고, 행동은 어떻게 하려는 의식이 없는데도 이목구비가 모두 바르게 되어야 한다. 성의가 넘쳐 돈후(인정이 두텁고 온후함)하게 되면서 거추장스러운 형식은 없어져 버리고 아름다운 위의(威儀,, 태도나 몸가짐이 바르고 위엄..

[고전산문] 버리고 없애야 할 것

겨를 눈에다 뿌리면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뀌며 한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는다. 겨가 하늘과 땅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며 손가락이 태산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눈이 가림을 받으면 하늘과 땅처럼 큰 것도 그것에게 어두워지고 태산처럼 높은 것도 그것에게 가리워지고 마는데 무엇 때문인가? 하늘ㆍ땅ㆍ태산은 먼 데 있고 겨와 손가락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의 옆에도 겨와 손가락이 있는데 안으로는 측근자, 총애를 받는 자와 밖으로는 중요한 인물, 권력을 쥔 자가 이것이다. 저 측근자, 총애를 받는 자, 중요한 인물, 권력을 쥔 자들이 그의 임금을 고혹하려면 반드시 먼저 헤아리고 칭찬하고 견지하여 그의 임금이 즐기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 사랑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