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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문장의 4가지 폐단 / 홍석주

사람의 말로써 표현되는 것, 즉 문장(文, 문채, 무늬)은 하늘과 땅이 본연의 선명한 무늬(文彩)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마음속에 정(情)이 없는 사람은 없다. 마음에 담긴 정(情)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情)이 드러나 겉으로 표현된 것이 말이다. 표현된 말은 그 뜻이 전달되지 않을 수 없다. 표현된 말의 뜻이 전달되면 그것이 곧 문장이 된다. 그러나 그 말이 조리 있게 질서를 갖추지 않으면 문장이라 할 수 없다. 말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그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것, 이 또한 문장이라 할 수 없다. 말이 전해져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볼만 한 것이 없다면, 이 역시 문장이라 할 수 없다. 말을 신중하게 삼가지 않아 사람의 마음을 산만하게 하는 것, 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그 뜻..

[고전산문] 내게 달린 것에 최선을 다할 뿐 / 홍석주

모계위(茅季韋, 밭을 갈며 생활했다는 高士, 포박자외편에 나온다)가 한 여름에 들에 나가 김을 매다가 틈이 나자 밭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밭두둑 사이에 그늘이 좋은 큰 나무가 있었는데, 아침에 그늘이 서쪽으로 지면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 아래로 가고, 얼마 뒤에 해를 따라 그늘이 동편으로 옮겨가면, 모두들 떠들썩하게 동편으로 몰려갔다. 뒤처져 온 이들 중에는 자리다툼에 신발을 잃거나 발꿈치를 상한 자도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그늘에 다닥다닥 모여 앉은 자들이 들판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모계위(茅季韋)를 일제히 바라다보았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모계위에게 말하기를, “저번에 그대는 동편에 홀로 서 있더니 이제 서편에 홀로 서 있다. 군자라고 자부하는 이가 어찌 그리도 지조가 없는가?” 이 ..

[고전산문] 타인이 행한 일에서 선한 점을 인정하는 기준 / 홍석주

그 마음이 옳으면 행여 그 말이 잘못되었더라도, 군자는 그 마음을 보아 그 말을 용서해 준다. 비록 그 마음이 그릇되었다할지라도 그 말이 옳으면, 군자는 그 말을 취할 따름이다. 이것이 군자가 타인이 행한 일에서 선한 점을 인정하는 기준이다(此君子所以與人爲善也차군자소이여인위선야, 옮긴이 註: 그래서 논어에 군자는 긍지를 지니면서도 다투지 않고 두루 섞이어 조화를 이루되 패거리를 이루거나 편을 가르지 않고, 너그럽고 태연하며 교만하지 않다고 특정한다. 군자와 달리 소인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옛 선진들은 소인중에서도 특히 그속을 드러내지 않는 용렬한 소인을 가장 경계하였다.). 한 나라 원제(元帝)가 풍야왕(馮野王)을 어사대부(御史大夫)로 삼고자 하여 석현(石顯; 한 원제 때의 환관, 내시)에게 물어..

[고전산문] 무명변(無命辯) / 홍석주

그렇게 해야 할 것이 그렇게 되는 것은 의(義)이고,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은 명(命)이다. 성인(聖人)은 의를 말미암는데 명이 그 가운데 있고, 군자는 의로써 명에 순종하고, 보통 사람 이상은 명으로써 의를 단정하고, 중인 이하는 명(命)을 알지도 못하고 그 의도 잊어버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명을 알지 못하고서 의에 편안할 수 있는 자는 드물고, 의에 통달하지 못하고서 명에 편안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러나 명(命)은 말을 하지 않을 때가 있으나, 의는 어디를 가나 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효로써 어버이를 섬기면서 그 명은 따지지 않고, 충(忠)으로써 임금을 섬기면서 그 명은 따지지 않고, 경(敬)으로써 자기 몸을 닦으면서 그 명은 따지지 않고, 부지런히 행실을 닦으며 그 명..

[고전산문] 용(庸)이라는 글자에 담긴 '한결같음'의 의미/ 홍석주

용(庸, 떳떳할 용, 쓸 용)과 구(久, 오랠 구)는, '언제나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공히 가지고 있다. 이는 그 속성이 변함없이 '한결같음'(常, 항상 상, 떳떳할 상)을 뜻한다. 한결같음(常)의 속성이 바탕이 되어야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감' (久)의 뜻(訓)이 비로소 통한다. 주역(周易)에 “한결같이 떳떳한 덕(庸德)을 행하고, 한결같이 떳떳한 말(庸言)하기를 힘써 조심하라"(庸德之行 庸言之謹)”는 가르침이 이와 같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중용(中庸)의 덕은 지극하고도 지극하도다"(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라고 하셨다. 용(庸)이 '한결같음(常)'의 뜻을 가졌다는 데에는 다른 논의가 있을 수 없다. 천하 만물을 담고 품어서 태어나 자라게 하는 것은 천지(天地) 대자연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