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오영잠(惡盈箴):스스로 교만을 경계하는 글

내가 지난 겨울에 역(驛)에 온 뒤로 정신이 편안해지면서 기력이 나아져 예전보다는 몸과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게 되었으므로, 나 자신도 꽤나 다행으로 여긴 나머지 간혹 가까운 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떠벌리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풍(頭風)을 앓아 하루가 넘도록 그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으므로, 기괴하였다 마치 귀신이 엿보고 있다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까지 22년을 살아오는 동안, 제대로 이루어진 일이 하나도 없었고 하루도 몸이 편한 날이 없었다. 그동안 조금 계교(計較:사물이나 진리나 사람에 대해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비교하는 것)를 하다가 다행히 이루어질 희망이라도 있을라 치면, 그때마다 번번이 낭패를 당해 쓰러지고 고통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