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명성만으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속물들에 대하여(倭驢說 왜려설) /조귀명

하생(河生)의 이름은 징(澄)으로 대구 사람이다. 그의 이웃 집에 말이 한 마리 있었는데 모양새가 몽땅하고 왜소하여 타고 다니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내어다 팔려고 하였으나 다리까지 절었으므로 사려는 사람도 없었다. 이에 하생이 300전의 돈을 지불하고 시험삼아 길러보기로 하였다. 해를 넘기자 절던 다리도 나았고 재주도 예사롭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 말을 타고 서울을 가는데 700리 길을 겨우 4일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무릇 객주(客主)에라도 들게 되면 함께 쉬어 가거나 말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던 나그네들이 모두들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신기한 구경거리로 여겼다. 어떤 이들은 말이라고 하였으며, 또 어떤 이들은 당나귀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노새와 같이 생겼다고 하였다. 하생에게 진지하게 물어왔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