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초한 일, 무엇을 탓하랴

혹자가 나에게 “그대가 남이 알아주기를 구하지 않고 세상에 구하는 것이 없음은 괜찮으나, 팔십 연세에 끼니를 자주 거르니, 그도 곤란한 일이 아니오?”라고 묻기에, 나는 대답하였다. “이는 내가 자초한 일이오.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하기 어렵고, 스스로 초래한 모욕은 면하기 어려운 법이오. 나는 젊어서 농사일을 배우지 못했고 장성해서는 재물을 늘리지 못한 채 노년까지 이르렀소. 또 성격은 꼬이고 재주는 서툴며 용모는 보잘것없고 말이 어눌하여 시속에 화합하지 못하고 사리에도 밝지 못하니,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고 대중들에게 버림을 받았소. 그러나 그 뜻은 커서 늘 고인(古人)을 부르짖으면서 부정한 사람과 사귀려 하지 않았고, 의롭지 않은 것은 취하려 하지 않았으며, 입으로 세상의 일을 논하지 않고 남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