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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잘못된 헤아림을 경계한다 / 최한기

얕은 소견과 좁은 도량, 어리석은 문견과 천박한 식견을 가지고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먼저 애증(愛憎)을 마음에 두고 고집을 일삼는 자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옛 법에 집착(執着)하고 방술(方術)에 빠진 자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자신을 믿어서 능력을 과시하며 말이 요사스럽고 허탄(虛誕)한 자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조급한 마음과 혼미(昏迷)한 견해를 가지고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일을 행함이 미숙하거나 얼굴을 접함이 오래지 않으면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 분수(分數)가 없고 준적(準的)이 없는 것은 처사(處事, 일을 처리함)의 선악을 측량할 수 없다. 자기 습관에 매여서 인물(人物)에 해를 끼침을 돌아보지 않고 욕심에 끌리어 윤상(倫常, 마땅이 지켜야할 상식으로써의 인간됨의 도리와 윤..

[고전산문] 가르침에 방해가 되는 4가지 단서 / 최한기

가르침에 방해가 되는 단서는 한 가지가 아니다. 크게는 국정(國政)이 문란하여 상벌(賞罰)이 거꾸로 시행되는 것이고, 다음은 풍속이 무너져서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고, 다음은 남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시샘을 해서 파벌(派閥)을 지어 서로 헐뜯는 것이고, 다음은 사물에 정신을 빼앗겨 게을러져서 기풍을 진작시키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운화(運化)의 대본(大本)을 알고 행사(行事, 일을 행하고 실천함)와 성실로 가르침을 삼아 이 네 가지의 장해가 없어지게 된다면, 어찌 가르침이 밝아지지 않음을 걱정하겠는가. 천인(天人)의 도리를 수행(修行)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이러한 가르침이 없더라도 그 본뜻을 살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이미 법도(法度)있는 가르침을 받아서 행동이 법도를 따르고 있는 사람이..

[고전산문] 좋은 문장은 흉내를 낸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최한기

경험과 추측으로 천인(天人)의 대도(大道)와 사물(事物)의 소도(小道)를 알았더라도 언어(言語)로써 표현(表現)하지 아니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찌 들을 수 있으며, 문장으로 저술하지 아니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옛 문장은 도(道)를 내포(內包)시켜 문사(文辭)를 이루고 바탕[質]을 말미암아 문채를 이루었는데, 중고(中古)의 문장은 남의 글귀를 주워모아 허영(虛影)을 얽고 고금을 종횡하며 정령(精靈, 본질적인 것, 즉 핵심)을 휘날리지만, 문채를 내려다가 도리어 덕(德)을 상실하고 혁신(革新)에만 치우쳐 실다움이 없게 되었다. 후세의 문장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하늘의 문장과 땅의 문장과 인물의 문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운화기(運化氣, 천하만물이 서로 반응하고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화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