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묵당기(醉默堂記): 망령된 말을 경계하다

무릇 세상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어도 침묵하지 않고 깨어 있어도 침묵하지 않는다. 이렇듯 말 때문에 재앙에 빠지는 조짐을 경계할 줄 모르니,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실로 취해있어도 입을 다물어 침묵하고 깨어 있어도 침묵하여 입을 다물어, 마치 병의 마개를 막듯이 하여 일상의 습관으로 삼으면 반드시 재앙의 조짐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취해 있어도 침묵하지 않고 깨어나서도 침묵하지 않으면 재앙이 더불어 발생할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만약에 취중에 침묵하지 못하고 술이 깬 다음에도 침묵하지 못한다면, 비록 몸이 재야에 은둔하더라도 도성(都城) 안에 거처하면서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과 그 결과가 똑 같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구당(久堂) 박중구(朴仲久)가 임인년 여름에 네 번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