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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참으로 아는 것과 참으로 얻는 것

지난달에 김자후(金子厚)의 하인이 돌아오는 편에 편지를 받고 북평(北坪)에 잘 도착하신 것과 학문이 점점 나아감을 알게 되어, 답답하던 회포가 시원스레 풀렸습니다. 돌아가는 인편을 만나지 못하여 회답을 제때에 드리지 못하였더니, 자후가 돌아오는 편에 또 편지와 시(詩)를 보내 주시고, 겸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이 사람에게 문의하시는 말씀까지 보냈으니, 감사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벽촌에서 지내다 보니 벗이 적어 함께 학문할 사람이 없습니다. 병중에 책을 보다가 때로 생각에 맞는 곳이 있으나, 본받아 몸소 실천하는 데 이르면 더러 서로 모순되는 곳도 많습니다. 나이는 많고 힘은 부족하며, 또 사방에서 벗을 얻어 도움도 받지 못해 항상 그대에게 기대하고 있는데, 두 통의 편지에서 약석(藥石)은 주지 ..

[고전산문] 무진육조소 (戊辰六條疏)

숭정대부(崇政大夫)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신 이황은 삼가 재계하고 두 손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주상 전하께 아룁니다. 신은 초야의 미거한 몸으로써 재목이 쓸모없고 나라를 제대로 섬기지도 못해 향리에 돌아와 죽기나 기다렸는데, 선조(先朝)께서 잘못 들으시고 여러 번 은혜로운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전하에 이르러 이 잘못된 일을 되풀이하심이 갈수록 융숭해지더니 금년 봄에 관계(官階)를 뛰어넘어 제수하신 데 이르러서는 더더욱 듣기에 놀라웠으므로 신은 벼락 같으신 위엄을 범하여 감히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사퇴하였습니다. 비록 이미 은혜로 너그러이 보살펴 주시어 낭패는 면하였으나 벼슬의 품계는 고쳐 주지 아니하시어 여전히 분수에 넘칩니다. 게다가 신이 늙고 병들어 벼슬살이를 감당할 정력도 없는데 외람되게 높..

[고전산문] 이(利), 사(私)의 분별

지난번에 《백록동규해(白鹿洞規解)》를 논한 별지(別紙)를 받았으나 병이 많아서 미적거리다가 오래도록 회답하지 못하여 부끄럽습니다. “이(利)라는 것은 의(義)의 화(和)이다(利者 義之和).”라고 한 것에 의심을 품게 되어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을 인용하여 그 다르고 같은 곳을 지적하여 세밀하게 분석하였으니, 생각이 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견해로는 오히려 온당하지 못한 것이 있으므로 바로 다시 가부(可否)를 여쭙니다. 이 이(利)라는 글자를 혼합하여 말해서 의화(義和) 속에 있다고 설명한 것은 옳지만, 저 사(私)라는 글자를 말하여 좋지 못한 곳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은 잘못입니다.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형(形)과 기(氣)는 자기의 몸에 속한 것이니 바로 이것은 사유(私有)의 것..

[고전산문] 사회적 교제에 대하여

선생은 사람을 대함이 매우 너그러워, 큰 허물이 없으면 끊어 버리지 않고 모두 용납하여 가르쳐서 그가 스스로 고쳐 새롭게 되기를 바랐다. 선생은 사람을 대할 때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영천 군수 이명(李銘)은 본래 사납고 거만한 사람이었다. 일찍이 선생을 찾아뵐 때 방자하고 무례하여 재채기하고 가래침 뱉기를 태연스럽게 하며, 병풍의 서화를 손가락질해 가며 하나하나 평론하였으나, 선생은 그저 따라서 대답할 뿐이었다. 곁에서 모시고 앉은 사람들은 모두 불쾌한 빛을 띠었지만, 선생은 얼굴에 조금도 그런 눈치를 나타내지 않았다. 녹사(錄事) 양성의(梁成義)란 사람이 본 고을의 현감이 되었는데, 선비들이 모두 그 사람됨을 천하게 여겼지만, 선생은 그를 백성의 주인이라 해서 예의를 다하였으며 오래갈수록 더..

[고전산문] 이름을 훔치고 세상을 속이는 자들에 대하여

마음으로 사귀고 만나 보지 못한 터에 살아 있을 날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하신 말씀은 사람을 우러러 슬퍼하고 굽어 탄식하여 마지않게 하였습니다. 내가 오래 의령(宜寧) 길을 떠나지 못하였으니, 인정에 어긋난 점이 있습니다. 이는 다만 몸이 세상과 맞지 않고 쇠함과 병이 서로 얽히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인데, 결국 천리 길을 떠나려던 뜻마저도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탄식으로 되어 버렸으니, 어찌 오로지 조물주의 처분으로만 돌릴 수 있겠습니까. 이에 신의를 저버린 것이 부끄럽습니다. 보내 주신 편지에 이른바 학자가 실력도 없이 이름을 훔치고 세상을 속이는 데 대한 말씀은, 그대만 염려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도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꾸짖어 억제하고자 하는 것도 용이한 일이 아니니, 어째서 그렇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