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가 가진 필력, 이 한 가지만 있으면 족하다

천하에는 크게 억울한 것이 있다. 하늘과 땅의 억울함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억울함에는 재주가 있으면서 요절하여 이루지 못한 자와, 이미 이루었으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자가 있을 뿐이다. 요절하여 이루지 못한 것은 하늘이요, 자취와 흔적이 모두 없어져 전하지 않은 것은 땅이다. 하늘이란 것은 운명이므로 말할 것이 없겠으나, 땅은 그 처하는 바에 따라서 추켜 세우기도 하고 억누르기도 한다. 부귀하고 지위가 높아 권세가 있는 사람은 겨우 시를 읊조리고 짓는 것을 흉내낼 정도만 되어도 작품을 내고 문집을 간행하기를 예사로 한다. 반면에 사는 형편도 변변치않고 신분지체마저 구차한 사람은 문명을 흠모하고 숭상하는 때를 만날지라도 그럴 수가 없다. 비록 재주가 시와 문장이 모두 뛰어나고 학식과 식견이 아무..